내년 8월 기념공원 준공…서울거리 표지판 사라질 위기
블라디보스토그 신한촌 흔적 없어질 위기 |
(블라디보스토크<러시아>=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 기념사업회'가 주최하는 '극동시베리아 실크로드 오디세이-회상열차' 탐사단이 러시아 도착 이틀째인 24일 블라디보스토크의 역사문화 탐방에 나섰다.
각계 인사 84명으로 구성된 탐사단은 이날 오전 1910년대 독립운동의 중심지로 꼽히던 신한촌(新韓村)을 찾았다. 한때 대한국민의회와 13도의군 등 망명정부와 독립군 본부가 들어서고 신문사, 학교, 교회 등이 즐비했던 곳이다. 이제는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했고 그나마 1999년 8월 해외한민족연구소가 세운 기념탑만이 당시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탐사단은 기념탑 앞에 모여 집행위원장 이창주 상트페테르부르크국립대 석좌교수의 역사 강의를 들은 뒤 노래 '선구자'를 합창하며 선열들의 애국혼을 기렸다.
이곳을 관리하고 있는 이 웨체스라브 브라디보스토크 고려인회장은 "우리 땅을 찾아 주셔서 고맙게 생각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고, 탐사단원인 윤고방 시인은 이상화의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낭송했다.
공동대회장인 함세웅 신부는 추모 기도를 집전하기에 앞서 "모든 사람은 나그네이고 끝없는 유랑의 길을 떠나고 있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성경에 나그네를 잘 대접하라고 했듯이 가장 혹독한 유랑을 겪었던 국내외 고려인 후손들을 잘 대접하는 일은 순국선열을 기리는 길기도 하다"고 역설했다.
3·1운동 80주년을 맞아 해외한민족연구소가 각계의 지원을 얻어 건립한 신한촌 기념탑은 각각 남북한과 재외동포를 상징하는 세 개의 높은 대리석 기둥과 조선 팔도를 뜻하는 8개의 작은 돌로 이뤄져 있다.
지난해 3월 11일에는 평화재단 이사장 법륜 스님을 위원장으로 하는 신한촌역사회복재건위원회가 꾸려져 기념� 주변에 공원을 조성하고 한옥 팔각정과 대문 등을 세우기로 했다. 이 모임의 집행위원장도 이창주 교수가 맡았으며 국회의원을 지낸 소설가 김홍신 씨 등이 힘을 보태기로 했다.
신한촌 기념공원 조성 계획 설명하는 이창주 집행위원장 |
탐사단원들도 이 자리에서 신한촌 역사 회복 재건에 동참하기로 했다. 공원 조성 공사는 오는 9월 시작돼 내년 광복절에 완공될 예정이다.
이어 탐사단은 이곳에서 도보로 15분가량 떨어진 서울거리로 이동했다. 이곳이 한민족과 관련이 있던 지역이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러시아의 유일한 흔적인데, 그나마 표지판이 붙어 있는 건물이 재건축을 위해 해체되는 중이었다.
역사 전문 가이드인 조미향 씨는 "거리 이름은 그대로 남아 있겠지만 표지판이 새 건물 외벽에도 다시 붙어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탐사단은 1911년 고려인들이 신한촌으로 옮겨오기 전 처음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여 살았던 개척리도 둘러 봤지만, 상가로 변해 신한촌보다 더 흔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탐사단은 이날 저녁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고 1937년 연해주 고려인들이 중앙아시아로 끌려갔던 여정을 따라갈 예정이다.
hee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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