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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명예과세' vs '실험정부 실험정책' vs '새발피 증세'...증세 논쟁, 프레임 넘어 '작명 대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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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과세’ ‘핀셋 증세’ ‘슈퍼리치 증세’ vs ‘실험정부 실험정책’ ‘세금폭탄’ vs ‘새발피 증세’, ‘눈가리고 아웅하는 눈가웅 증세’

문재인 정부가 초고소득자와 초대기업 증세에 대한 ‘슈퍼리치 증세’에 나서면서 24일 정치권에 증세를 둘러싼 ‘작명 전쟁’이 불붙었다. 여야 별로 정부의 증세 추진안에 각종 이름을 붙이며 프레임 대결을 본격화한 것이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물론 바른정당도 이름짓기에 가세했다. 휘발성이 큰 증세 이슈의 경우 민심의 향방이 논의 과정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만큼, 초반 ‘이름짓기’ 작업부터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민주당 ‘명예과세’ vs. 한국당 ‘세금폭탄’

경향신문

민주당은 ‘슈퍼리치 증세’ ‘핀셋 증세’에 이어 ‘명예 과세론’을 띄웠다. 자유한국당의 ‘세금폭탄론’에 대응하는 성격이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 스스로 명예와 사회적 책임을 지키는 ‘명예 과세’라고 부르고 싶다”며 “명예에 걸맞는 사회적 책임을 호소드린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수 있을 것”이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이 세금폭탄이라고 하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나쁜 선동정치”라고 했다.

추 대표 발언은 ‘슈퍼리치 증세’나 ‘핀셋 증세’ 등 대상 한정을 강조한 용어에서, 증세 대상자들의 책임을 이끌어내는 의미를 담은 표현으로 접근법을 바꾼 것이다. 초대기업 등과 초고소득자 등 실제 과세 대상자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한편 이번 증세의 사회적 책임성을 강조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반면 한국당은 ‘실험정부의 실험정책’이라고 못박았다. 전통적인 대응방식인 ‘세금폭탄론’에 이어 또다른 작명법을 꺼낸 것으로, 문재인 정부=아마추어 정부로 낙인찍으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실험정부가 실험정책을 계속하고 있는 것을 국민들이 정당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 최고위원회의에서 “가공할 만한 세금폭탄 정책이 현재는 초고소득자와 초대기업에 한정되지만 앞으로 어디까지 연장될지는 아무도 예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증세 추진안 대상자를 넘어 전반적인 증세 불안감을 자극하는 발언이다.

경향신문

반면 또다른 보수야당인 바른정당 김세연 정책위의장은 “핀셋 증세라기보다는 ‘새발피’ 증세, 눈가리고 아웅하는 ‘눈가웅’ 증세”라며 “지출 구조조정에 대한 더욱 더 상세한 계획을 밝히고 재원조달 대책이 현실적인지 다시 한 번 면밀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중부담 중복지’를 위한 증세에는 찬성하는 입장인만큼, 오히려 정부의 ‘핀셋’ 증세는 종합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취지다.

■노무현 정부 ‘증세 무산’ 넘을까

작금의 ‘작명전쟁’ ‘프레임 대결’은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가 추진한 증세 논의가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의 ‘세금폭탄론’에 막혀 무산됐던 기억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5년 말 증세 필요성을 띄운 뒤 다음 해 ‘비전 2030’에서 증세 청사진을 담았다. 25년 간 1100조원의 추가 재정을 투입해 삶의 질을 높여나간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증세론은 당시 거대야당인 한나라당의 즉각 반발을 샀다. 한나라당은 이를 “세금폭탄론”으로 규정하고 맹폭했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06년 신년 회견에서 “중산층과 서민의 파탄으로 양극화를 심화시킨 정권이 반성은커녕 ‘세금폭탄’으로 나오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국민을 편 갈라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은 무책임한 선동정치”라며 ‘집권시 감세’를 약속하기도 했다. 결국 ‘세금폭탄론’에 밀려 여론의 추동력을 얻지 못하면서, 노무현 정부 시절 증세안은 유야무야됐다.

문재인 정부가 증세 논의 초반부터 한국당의 세금폭탄론을 ‘선동정치’로 규정하고 강경하게 나서는 것은 이같은 경험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세 물길을 돌려 본 경험이 있는 야당과 증세 실패의 경험을 새긴 여당이 12년만에 다시 전면 대결에 나서게 된 셈이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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