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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진상조사는 뒷전?…軍 '22사단 일병 자살 사건' 대응 논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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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 "현안점검 회의서 언론 동향 파악 및 대응 강조"

육참 차장, 선제대응 미비 지적 및 유가족 관리 강조

軍 "회의 내용 사실과 달라…지시 내용 왜곡" 반박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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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최근 발생한 육군 22사단(사단장 김정수 소장) 소속 고(故) 고필주(21) 일병 자살 사건과 관련, 군이 진상규명 보다는 언론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여론 동향 파악과 관련 대책 세우기에 급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4일 군인권센터(소장 임태훈)에 따르면 군은 사건 발생 이틀 뒤인 지난 21일 오전 육군 참모차장실에서 ‘현안 업무 점검 회의’를 개최했다.

센터 측은 “언론 및 SNS 동향을 파악한 결과 해당 사건이 육군의 이미지 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며 “회의 내용 역시 언론 동향 파악 및 대응, 유가족 통제에 관한 것으로 센터 측의 폭로를 사전에 막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을 주로 담고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회의를 주재한 정연봉 육군참모차장은 이 자리에서 △사전에 이슈화 될 소지가 다분했음에도 언론 동향을 확인하지 않고 선제 대응하지 못한 점은 잘못이다 △공보 대응 측면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하고 유가족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야전부대는 (언론 대응 경험이) 일천하니 육군본부 안전센터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 등의 사항을 강조했다는 게 센터 측 주장이다.

센터는 “사건 발생에 대한 반성과 유가족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 재발 방지 대책 발표, 엄정 수사 등에 관한 내용은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며 “육군의 관심사는 오로지 사건으로 인한 여론 악화를 무마시키는 데 집중돼 있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방 개혁의 걸림돌인 사건 관련 육군 참모들을 모두 보직해임하고 군 기강의 근본부터 다시 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육군 측은 이같은 주장에 대해 “사건 반성 및 엄정 수사 등에 대해 아무 것도 논의하지 않았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며, 회의시 지시내용도 왜곡 해석됐다”고 반박했다.

육군은 이날 오전 입장 자료를 내고 “‘일일 현안점검 회의’는 참모 차장 주관으로 매일 당일 진행되는 사항을 점검하는 정례회의이며 예하 부대를 대상으로 지원해야 할 사항에 대해 전체적으로 논의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육군 관계자는 “언론 공보 관련 내용은 사건 발생시 육군이 적시적으로 국민에게 알려야 하나 언론 보도 후 육군이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오해를 야기했다는 점에 대해 지적한 것”이라며 “유가족 관련 지시 역시 유가족이 불편함이 없도록 지원할 것과 유가족들에게 사건에 대해 엄정 수사하고 있음과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알려드리라는 취지의 당부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육본 안전센터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언급 역시 문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해 후속 조치와 재발방지 대책을 육본 차원에서 수립할 것을 지시한 것이었다”며 “육군은 고인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하며 제기된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는 물론 조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들을 엄중 처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고 일병이 재학 중이던 홍익대는 이날 오전 ‘추모 및 군 내 가혹 행위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조사와 함께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홍익대 총학생회는 “22사단과 국방부는 가해자를 즉각 구속해 엄벌하고 명백히 진상을 밝혀야 할 것”이라며 “(사단장)김정수 소장 등 책임자들을 파면하고 고인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순직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학과 교수진들도 성명을 내고 진상 규명 및 고 일병의 자필 기록과 메모 등 수사 자료의 투명한 공개 등을 요청했다.

지난 4월 부대에 전입한 고 일병은 지난 19일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으로 외진을 나갔다 투신해 숨졌다.

센터 측은 “전입 이후 병장 1명과 상병 2명 등 선임병 3명에게 지속적으로 폭언과 욕설, 폭행에 시달렸다”며 “참다 못한 고 일병이 지난 14일 부소대장과 면담을 해 피해 사실을 보고하자 부대는 ‘배려 병사’로 지정한 뒤 일반전초(GOP) 투입에서 배제했지만 면담 후 5일이 지나도록 가해 병사들과 분리시키지 않았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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