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軍, 장병 사건 반성 않고 여론 악화만 생각"(종합)

軍 "회의 내용 왜곡 해석…투명한 공보 당부한 것"

고필주 일병 대학 동창생 "가혹행위 진상 규명해야"

군인권센터가 입수한 육군의 현안업무 점검회의 결과 내용(군인권센터 제공)© News1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시민단체가 선임병으로부터 폭언과 구타, 가혹행위를 당한 것으로 알려진 육군 장병이 부대의 허술한 관리로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 대해 군이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대신 여론 악화에만 집중 대책을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육군은 회의 내용이 왜곡 해석됐다며 반박했다.

군인권센터는 육군 22사단 고필주 일병(21)의 사망 사건과 관련해 지난 21일 오전 육군 참모차장실에서 진행된 '현안업무 점검회의' 결과 보고 내용을 입수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24일 밝혔다.

앞서 지난 20일 군인권센터는 기자회견을 통해 고 일병이 선임병들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을 상급자에게 보고해 '배려장병'으로 지정되었음에도 19일 인솔 장교도 없이 외진을 나갔다가 국군수도병원 7층 도서관 창밖으로 투신해 사망한 사건을 폭로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육군은 고 일병과 관련된 폭로 이튿날인 21일 정연봉 참모차장 주관으로 현안업무 점검회의를 열었으나 이날 회의는 사건에 대한 진상 파악이나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내용이 아닌 언론 대응과 이슈화되는 것을 사전에 막지 못한 점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군인권센터는 "(군은) 사건 발생에 대한 반성, 유가족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 재발 방지 대책 발표, 엄정 수사 등에 대한 내용은 아무것도 논의하지 않았다"며 "육군의 관심사는 오로지 사건으로 인한 여론 악화에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센터는 "겉으로는 유족을 위하는 척하면서 실제 내부에서는 유족을 통제하고 언론을 관리해 사건을 무마하려 한 점은 망자와 유족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군은 늘 이와 같은 태도로 사건을 대하다 곤욕을 겪어왔지만 조금도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군인권센터는 이번 회의를 주관한 것으로 알려진 정연봉 참모차장과 사건과 관련된 육군 참모들을 보직해임 할 것을 육군에 요구했다.

이런 군인권센터의 주장에 대해 육군은 "당시 회의는 육군이 예하부대를 대상으로 지원해야 할 사항에 대해 전체적으로 논의하는 성격의 회의였다"라며 "육군이 사건에 대한 반성과 엄정수사 등에 대해 아무것도 논의하지 않았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고 회의 시 지시내용도 왜곡 해석됐다"고 반박했다.

특히 육군은 "언론 공보 관련 내용은 사건 발생시 육군이 적시적으로 국민께 알려야 하나 언론 보도 후 사실관계를 설명함으로써 육군이 축소·은폐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오해를 야기시킨 점에 대해 지적하고 향후 신속하고 투명한 공보활동을 당부한 것"이라며 "유가족 관련 내용은 유가족 등이 불편함이 없도록 지원할 것과 사건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를 하고 있음과 재발 방지를 위한 육군의 노력도 알려드리라는 취지의 당부였다"고 밝혔다.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앞에서 故 고필주 일병의 학우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가혹행위 진상규명 촉구하고 있다. 2017.7.24/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한편 고 일병이 재학했던 홍익대학교 학생과 교수들은 이날 오전 10시 홍익대 서울 캠퍼스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일병을 사망에 이르게 한 군 내 가혹행위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장상희 홍익대 총학생회장은 "본 사건의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들을 엄히 처벌해줄 것을 요구한다"리며 "군이 지금이라도 유족과 고필주 학우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위로를 표할 수 있도록 조처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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