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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여야 추경전쟁 본격화..정국 블랙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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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 증세’를 둘러싼 여야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포스트 추경’ 정국에서 증세론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는 양상이다.

여당은 24일 ‘슈퍼리치 증세’의 긍정적 효과를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 스스로 명예와 사회적 책임을 지키는 ‘명예 과세’라고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슈퍼리치 과세’를 ‘노블리스 오블리쥬’로 규정하며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것이다.

김태년 정책위의장도 “초우량 대기업들이 세금을 조금 더 냄으로써 국민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다고 하면 그건 ‘사랑과세’가 될 것”이라며 “부자들이 국민들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는 ‘존경과세’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여당은 오는 27일 당정협의를 갖고 증세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야당은 여권의 증세론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특히 ‘감세론’이 기조인 자유한국당은 ‘세금폭탄’ 등 용어를 써가며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홍준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실험정부가 실험정책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국민들이 정당하게 판단할 것”이라며 “우리로서는 그리 나쁠 게 없다. 깔보이지 않도록 좀더 노력하면 된다”고 했다. 여권의 증세론을 ‘실험정책’으로 깎아내린 것이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가공할 만한 세금폭탄 정책이 현재는 초고소득자와 초대기업에 한정되지만 앞으로 어디까지 연장될지는 아무도 예견할 수 없다”며 “대통령이 주도하는 세금폭탄이 기업활동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도록 문재인 대통령의 포퓰리즘에 당당하고도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비난했다.

국민의당·바른정당은 증세 논의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으면서도 절차와 국민적 공감대 등 문제를 들어 여권을 비판했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증세 문제는 파급력이 큰 국가적 현안”이라며 “100대 국정과제 추진에 대한 세부 재정계획을 소상히 밝히고 증세 대상과 범위에 대해 사회적 공론화 과정 거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지지도가 높으면 국민은 세금을 더 내야 하는가”라고 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불과 일주일 전 경제수장이 명목세율 인상 없다고 했던 것은 무엇인가. 국민적 공감대나 야당 협의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는 “증세를 논의하기 전에 문재인 대통령은 두 가지 잘못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선 기간 말한 재원 소요는 엉터리였다는 점을 사과해야 한다”며 “선거기간 내내 증세는 최후 수단이라고 했는데 취임하자마자 증세 카드를 꺼내든 것을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세연 정책위의장은 “과표초과 대기업, 5억원 초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를 통해서 한다는 데 실제로 (증세 규모는) 3조8000억원 추정된다”며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다 해도 178조원 필요 재원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슈퍼리치 증세는) 핀셋 증세라기보다는 ‘새발피’ 증세, 눈가리고 아웅하는 ‘눈가웅’ 증세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여야 간 ‘증세 전쟁’은 이제 시작으로 보인다. 추경 정국이 마무리되면서 원내 대형 이슈가 없는 데다, 증세는 국민적 관심이 높고 각 당 정체성과 직결된 폭발력이 큰 사안이기 때문이다. 증세 문제 여파가 내년 지방선거에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단 수면 위로 떠오른 이상 여야 모두 증세 문제에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오는 9월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 최대 이슈도 증세 문제가 될 공산이 크다. 지난 대선 때 증세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은 국민의당·바른정당이 캐스팅보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여당은 국민적 지지 여론을 조성한 뒤 두 당을 끌어들여 한국당을 고립·포위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이 합세한 ‘탄핵연대’, ‘추경연대’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정제혁 기자 jh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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