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객 몰리며 교통난ㆍ숙박난에 바가지 횡포
-“자유로운 휴가 사용 기업문화 개선 선행 필수”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격무에 시달린 몸과 마음에 달콤한 휴식을 주는 여름 휴가는 직장인들에게는 몇 안되는 낙 중 하나다. 최근에는 욜로(YOLO)족과 힐링 열풍으로 휴가에서의 여유와 치유에 방점을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짧은 휴가기간에 사람들이 몰리다보니 휴가지 선택의 폭이 좁은 것은 물론, 교통체증과 바가지요금에 오히려 스트레스가 더 쌓이기 일쑤다.
직장인 조원진(35) 씨는 7월 마지막 주에 러시아로 여름 휴가를 떠날 계획이지만 통장 잔고를 보면 마음이 편지 않다. 나름 저렴하게 산다고 넉 달 전에 비행기표를 구했지만 가격은 국적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150만원을 훌쩍 넘었다. 조 씨의 휴가기간이 극성수기라 특가 상품은 언감생심, 오히려 평소보다 훨씬 비싸게 예매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러시아 여행의 필수 코스라는 발레 관람은 현지 극장들이 8월부터 휴식기에 들어가기 때문에 불가능했다. 조 씨는 “휴가기간을 조금 자유롭게 쓸 수 있다면 훨씬 싼 가격에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을텐데 아쉽다”고 했다.
즐거운 여름 휴가 기간이지만 짧은 기간에 많은 휴가객이 몰리면서 스트레스도 가중된다. 지난 23일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 몰려든 피서객.[사진제공=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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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에게 여름 휴가 기간을 원하는 때 갈 수 있는 것은 특혜에 가깝다. 대부분 기업이 1~2 주 가량의 기간을 정해 놓고 그 안에서 팀원들끼리 일정조정해 휴가를 떠나도록 하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17년 하계휴가 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62.5%는 7월 마지막 주와 8월 첫째주에 휴가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가기간은 2박3일이 44%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는 1박 2일(29..2%)와 3박 4일(15.8%) 순으로 비교적 짧은 편이다. 휴가계획이 없는 국민 중 76.7%가 “여가 시간 및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휴가를 포기했다고 답했다.
문제는 극성수기 2주 간에 대부분 직장인의 휴가가 몰리면서 서로 눈치를 보거나 입사한지 얼마 안된 신입직원의 경우는 아예 일정 선택은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입사한지 3년이 채 안된 김모(31) 씨는 “휴가 계획을 내라고 해 8월 첫째주를 썼더니 상사가 ‘애들 학원방학 때문에 내가 이 날짜에 가야한다’며 받아주지 않았다“며 ”결국 원하지 않는 날짜에 가게 돼 친구들과의 여행은 물 건너 갔다“고 했다.
어렵게 휴가를 잡아도 떠나기 전부터 교통체증에 스트레스가 밀려온다.
주부 권모(34)씨는 “지난해 부산으로 휴가를 갔는데 KTX를 예매하지 못해 고속도로를 이용했더니 6시간이 넘게 걸렸다”며 “3살 짜리 딸 아이가 가는 내내 보채서 이게 휴가를 가는 건지 고통을 받으러 가는 건지 분간이 안 됐다”고 푸념을 했다. 올해 역시 7월29일부터 8월 4일에 휴가객 38%가 몰려 극심한 교통체증이 예상된다.
휴가객들이 짧은 기간 몰려오다보니 이들을 노린 바가지 상술도 극성이다. 권 씨는 “부산의 한 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하려고 돗자리를 폈더니 한 상인이 파라솔을 대여안하면 나가라고 했다”며 “가격을 물어보니 5만원이나 내라고 해 어이가 없었지만 아이에게 물놀이를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어 울며겨자 먹기로 낼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쓰도록 기업문화를 개선하는 것이 ‘병목’ 여름휴가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근로자 한 사람은 1년에 평균 15.1일의 연차휴가를 쓸 수 있지만 실제로는 절반을 간신히 넘는 7.9일만 사용하고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근로자가 평균 연차 20.6일 중 14일 이상을 사용하는 것에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휴가를 하루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응답자도 11.3%에 달했다.
짧은 기간에 몰린 휴가기간이 분산돼 근로자들이 연차 휴가를 모두 쓰면 그 경제 효과가 오히려 더 커져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국내 근로자가 연차 휴가를 모두 사용할 경우 여가 소비 지출액 증가규모는 16조 8000억원, 생산 유발액은 29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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