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ㆍ어깨 쑤셨는데…힘 안들여도 시원”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낮 기온이 32도까지 치솟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부근. 더위를 피해 나무그늘, 정자 아래 옹기종기 모여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 사이에서 유독 한 명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부채로 더위를 쫓고 있는 다른 노인들과는 달리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살고 있는 A(83) 씨가 유명 만화캐릭터 모양의 파란색 미니선풍기를 얼굴에 쐬며 공원을 가로지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A 씨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주변 노인들의 눈길도 따라 움직였다. A 씨는 “부채질을 하니 손목이 아파 1만원을 주고 미니선풍기를 샀다”며 “손목 때문에 샀지만 주변에서 ‘신세대’ 할아버지라고 부러워하고 관심을 보이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연일 ‘가마솥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노인들의 더위탈출 방법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합죽선 등 부채가 여전히 대세지만 젊은층의 여름철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미니선풍기를 활용해 더위를 나는 노인들도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휴대용 미니선풍기를 이용하고 있는 80대 노인의 모습.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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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은 자녀나 손주들로부터 받은 선물을 통해 미니선풍기를 처음 접하게 된 경우가 많았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김명순(70ㆍ여) 씨는 “가족들끼리 단오만 되면 서로 시원한 여름을 보내라고 단오선을 주고 받는데, 올해는 중학생 손녀로부터 미니선풍기를 선물받았다”며 “평소 손목과 어깨가 아팠는데, 미니선풍기를 사용하니 들고만 있어도 시원한 바람이 나와 정말 편리했다”고 말했다. 대구에 사는 서용철(65) 씨는 “아는 형님 한 분이 자녀로부터 받은 미니선풍기를 쓰고 있는 모습을 봤다”며 “아직은 부채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다수지만, 나이가 더 많은 분들도 미니선풍기를 들고 다니는 걸 보니 나도 구매할 생각이 든다”고 했다.
최근 각종 단체에서 노인들과 같은 에너지빈곤층을 대상으로 휴대가 간편한 미니선풍기를 무료로 배포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이모(81ㆍ여) 씨는 “지난주 노인복지관을 갔다가 어느 단체에서 받은 물품이라며 무료로 나눠준 미니선풍기를 받아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며 “친한 할머니들 모두 목에 하나씩 미니선풍기를 걸고 다니는데, 더운날 여간 유용한게 아니다”고 말했다.
미니 선풍기를 사용하는 고등학생의 모습.[제공=연합뉴스] |
다만, 여전히 노인들은 미니선풍기보다 일반 부채를 선호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서울 종로구에 사는 김모(80) 씨는 “건전지만 넣어서 쓸 수 있어 간단하다고는 들었는데, 아무리 그래도 우리 나이땐 전자제품이 영 손에 익질 않는다”며 “큰 합죽선 하나 들고 다니면 무더운 여름도 거뜬하게 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이모(74) 씨는 “친구가 미니선풍기라고 들고 다녀서 써봤는데, 바람이 시원치 않았다”며 “익숙한 부채로 잠깐 부치는게 더 시원하고 속도 편하다”고 했다.
한편, 24일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해당 업체에서 기록한 지난 5월 한 달 동안 ‘핸디형 선풍기’ 매출은 작년 동월 대비 6배 이상(573%) 증가했다. 이는 2년전인 2015년 5월 판매량 대비 26배(2515%)나 늘어난 수준이다. 전체 구매량 중 5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9%를 차지했다. 40대 이하 자녀들이나 손주들이 구매해 선물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상대적인 비율은 낮았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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