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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소년중앙] '소년의 마음'으로 어린이만화상 받은 만화가 소복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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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17 부천만화대상 어린이만화상을 받은 만화가 소복이와 이은채 학생기자가 만났다. 어린이만화상을 받은 '소년의 마음' 전시 앞에서 포즈를 취한 두 사람의 모습. [소년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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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애쓰지 말고, 어쨌든 해결』이란 책을 만났을 때가 기억이 나요. 작고 귀여운 책에 표지도 독특했어요. 그림도 색달랐죠. 책을 보며 저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소복이’ 작가님을 만나 이런저런 제 생각을 여쭤보고 싶어졌죠. 제 꿈도 책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거든요. 저는 소복이 작가님을 만나러 지난 19일 부천국제만화축제를 찾았어요. 작가님은 만화책 『소년의 마음』으로 2017 부천만화대상 어린이만화상을 받았다고 해요. 작가님을 만난 소감이요? 하루 만에 팬이 되고 말았어요. 작가님과 나눈 이야기를 여러분께도 소개해드릴게요.

글=이은채(인천시 병방초 5), 정리=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소설가도 있고 동화작가도 있는데, 그중에서도 만화작가가 된 이유가 있나요.

“사실 작가가 될 생각은 없었어요. 저는 원래 홈 네트워킹 서비스를 하는 벤처 회사에 다녔어요. 그때 개인 홈페이지에 그림일기를 재미 삼아 올렸죠. 그 무렵 우연히 만화책 출판사의 편집자를 알게 됐어요. 편집자로부터 만화가를 해보라는 제안을 받았죠. 전 그림을 체계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어서, 그분에게 그림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즉흥적으로 거짓말을 해버렸어요. 만화에 관심이 있고 만화가가 되고 싶다고요. 그렇게 만화가가 됐어요(웃음).”

-그래도 그림이 좋으셨던 거 아닌가요. 홈페이지에 그림일기를 올린 일도 그렇고요.

“그렇죠. 그림일기에 친구들이 댓글을 달아주잖아요. 그게 참 재미있더라고요.”

-그럼 만화가란 꿈은 언제 생겼나요.

“제가 영 진도를 나가지 못하자 편집자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그려보라고 조언했죠. 그렇게 나온 첫 책이 『시간이 좀 걸리는 두 번째 비법』이에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만화가가 되기로 마음먹었죠. 물론 만화가가 되기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고민이 많아요. 그림을 체계적으로 배운 게 아니라 괜찮을까, 내용에 깊이가 있어야 하는데… 뭐 이런 것들이요.”

-『애쓰지 말고, 어쨌든 해결』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정말 독특해요. 실제 모델이 있나요.

“주인공 둘은 초등학생 해결사 콤비죠. 앞머리가 긴 여학생은 저와 비슷해요. 말을 툭툭 던지고, 무뚝뚝하죠. 그 옆의 곱슬머리 친구는 밝고 쾌활하고 근심걱정이 없죠. 실은 제 남편이 모델이에요(웃음). 책 속 해결사 콤비와는 다르게, 저희 부부는 서로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편이에요. 이야기를 들어주는 정도지만요.”

-캐릭터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하신 건가요.

“정말 힘들고 속상한 일도 나중에 돌이켜 생각하면 별 일 아닌 때가 많아요. 고민을 멀리 떨어져서 보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세상을 편하게 바라보는 방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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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인 이은채 학생기자. [소년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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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권 ‘집을 쓰고 다니는 이상한 아이’ 에피소드가 재미있었어요. 작가님이 가장 맘에 드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집을 쓰고 다니는 이상한 아이’는 그 아이가 좋아서 집을 쓰고 다니는 거죠. 주변의 걱정과는 달리 별 문제없이 잘 사는 아이예요. 겉으로 보기에 특이하고 이상한 아이가 다 문제가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에피소드는 ‘어른스러운 이별’이에요. 어른스럽게, 멋지게 헤어지려는 아이 커플이 소리를 지르며 헤어지는 어른의 모습을 본 후 태도가 달라져요. 여자친구에게 준 사탕을 뺏으며 헤어지자고 하죠(웃음). 저는 아이나 어른의 모습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어른도 아이처럼 친구와 싸운 뒤에 고민해요. 또 어른인데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을 하죠. 책에는 어린이 둘이서 결혼하는 이야기도 나와요. 어른의 어른스럽지 못한 결혼 풍습을 꼬집고 싶었어요. 예식을 번듯하게 하고 싶다거나 유산을 물려받아 집을 마련하겠다는, 그런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이요. 결혼에 있어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의 사랑이나 책임감 있는 자세 같은 건데 말이죠.”

-주변 사람을 보며, 어른인데 아이 같단 생각을 한 적 있나요.

“너무 많아요. 실은 저도 그렇고요. 하하. 아까도 말했지만 어른이라고 해서 고민의 종류가 달라지는 건 아니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유치한 어른의 이야기가 재미있어요.”

-『소년의 마음』으로 부천만화대상 어린이만화상을 받으셨는데, 기분이 어떠셨나요.

“그 책은 제 남동생에 관한 이야기에요. 돌아가신 할머니를 생각하며 죽음에 관해 두려워하던 소년의 이야기죠. 동생처럼,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그렸어요. 순수한 마음으로 그린 책이었는데, 만화가가 되고 처음으로 상을 받았어요. 저를 인정해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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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만화가 소복이를 만나 인터뷰 중인 이은채 학생기자. [소년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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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로서 뿌듯할 때와 힘든 때는 언제인가요.

“사실 살다 보면 힘든 일이 많아서요(웃음). 회사를 다니는 일도 힘들고, 남자친구와 싸우는 일도 힘들죠. 그런 일에 비하면 만화를 그리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닌 것 같아요. 뿌듯한 일은, 출판사 편집자를 만나지 못했다면 저는 아직 회사를 다니고 있겠죠. 만화를 그리는 지금이 굉장히 행복해요. 힘든 일이 있을 때도 '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지'라고 생각하면 다시 뿌듯해져요. 서른이 넘어 시작한 만화란 일이 선물 같이 느껴지죠.”

-만화가가 꿈인 친구들이 많아요. 그런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만화가가 되기 위해 매일 열심히 그리고, 학원에서 그림을 배우고, 이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리고 싶은 것들을 좋아하는 재료를 사용해서 편하게 그리는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너무 힘이 들어가서 ‘만화가가 될 건데 이러면 안 돼’ 이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꿈은 계속 바뀌니까요. 꿈이 두 개일 수도 있고요. 만화도 노래도 좋다면, 가수를 하면서 만화를 그리면 되니까요.”

만화가 소복이는

회사를 그만두고 2007년 『시간이 좀 걸리는 두 번째 비법』을 내면서 만화계에 입문했다. 이후 『우주의 정신과 삶의 의미』, 『이백오 상담소』, 『애쓰지 말고, 어쨌든 해결』(1, 2권) 『소년의 마음』 등을 발표했다. 『소년의 마음』으로 2017 부천만화대상 어린이만화상을 받았다. 인권과 환경에도 관심이 많아, 환경 단체 녹색연합에서 '소복이의 그린세상'을 연재했고, 『핵발전소의 비밀』, 『난민』, 『오늘 미세먼지 매우 나쁨』, 『동물과 행복한 세상 만들기』 등 여러 책에 그림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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