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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5만여명 또 ‘떠돌이’로…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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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가이드라인’에서 제외 논란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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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마찬가지구나. 또 안됐네.”

경기도의 고등학교에서 사회과목을 가르치는 기간제 교사 박성호씨(37·가명)는 지난 20일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을 보고 이렇게 혼잣말을 했다고 한다. 박씨는 12년째 기간제 계약직 신분으로 학생들 앞에 서고 있다. 2007년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이 시행될 때, 그리고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기간제 교사는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빠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한 만큼 실망과 한숨은 더 컸다. 지금 근무 중인 학교가 7번째인지 8번째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전국의 기간제 교사는 4만6000명에 달한다. 영어회화 등 전문강사까지 포함하면 ‘비정규직 선생님’은 5만명이 넘는다. 공공부문 전체 기간제 노동자(19만1000명) 4명 중 1명은 기간제 교사인 셈이다. 정규 교사들처럼 상시·지속적 업무를 하는데도 ‘전환 예외’에 들어간 것은, 정부가 가이드라인의 ‘예외 사유’로 정한 “타 법령에서 계약기간을 달리 정하고 있는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의 기준은 비정규직 사용을 2년으로 제한한 비정규직법(기간제법·파견법)이다. 기간제법은 2년을 초과해 계약직을 사용하는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본다. 하지만 기간제 교사들에게는 기간제법이 아닌 교육공무원법·초중등교육법이 적용된다. 교육공무원임용령 조항에 따라 기간제 교원은 1년 이내로 임용하되 3년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어 최대 4년까지 한 학교에서 일할 수 있다. 몇 년 이상 일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주는 식의 보호장치는 없다. 그러니 정규직으로 전환될 길은 애초부터 막혀 있다. 6개월~1년짜리 계약을 되풀이하거나 방학을 빼고 학기 중에만 계약하는 ‘쪼개기 계약’도 널리 퍼져 있다.

정규 교사들과 같은 일을 하지만 성과급이나 근속·연차수당, 복지포인트 등에서 차별을 받는다. 이들의 처우가 논란이 된 것은 세월호 사고 뒤였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때 학생들을 구하다 숨진 단원고 기간제 교사 김초원·이지혜씨는 세상을 뜬 뒤에도 3년 넘게 순직공무원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순직유족급여를 받을 수 있는 ‘공무원연금법상 공무원’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문 대통령이 순직교사로 인정하라고 지시하자 인사혁신처는 지난달 두 교사만 예외적으로 공무원연금법을 적용받을 수 있게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 일이 있은 후에야 자신이 공무원연금법상 교육공무원이 아니란 걸 알아차린 기간제 교사들도 많았다.

반면 정규 교사들과 임용고시생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정규직 전환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정부는 기간제 교사 문제에 대해 “교육부·지방교육청이 전환심의위원회를 구성해 비정규직 교사와 기존 교원, 사범대생, 학부모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을 들어 전환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몇 년씩 준비해 임용고시를 보고 정규 교원이 된 교사들은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화하는 것에 반대한다. 임용고시 합격 뒤에도 발령을 못 받은 예비교사들과 사범대 출신 임용고시생들도 ‘형평성’을 들며 반대한다. 한국교총·전교조 모두 “기간제 교사의 처우를 개선할 필요는 있지만 정규직화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기간제 교사들은 5~6년 이상 현장에서 노하우를 쌓은 만큼 정규직으로 전환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혜성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 대표는 “학교 현장에 필요한 만큼의 교원 발령을 내지 않는 정부 정책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했다. 정부가 학생수 감소와 예산 문제를 들어 교사를 확충해주지 않기 때문에 일선에서는 필요한 인력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기간제 교사는 전체 교사의 10% 정도다. 기간제와 정규 교사, 시험준비생이 ‘교원 자격’을 놓고 다투는 양상처럼 되어버린 것은 결국 교육당국이 책임을 방기한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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