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9곳, 입학 전형 통일 논의
내일 부산대서 공동 대입 설명회
학생·교수·캠퍼스까지 교류 추진
지방 교육 살리는 해결 방안 될 것
사립대 반발·특성 차이 극복 '숙제'
9개 지역거점국립대는 학생 공동 선발, 학생·교수·학점 교류 등을 골자로 하는 통합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고 있다. (왼쪽부터) 첫째줄 강원대·전남대·전북대, 둘째줄 부산대·충남대·제주대, 셋째줄 충북대·경상대·경북대. /각 대학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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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절벽' 문제가 대학가를 강타하고 있다. 교육계 전망에 따르면, 2015년 53만명이던 대학 진학자 수가 2023년엔 24만명으로 급감한다. 이 때문에 교육계에선 연일 '대학 구조조정'이나 '통폐합'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이란 난제(難題)도 등장했다. 우리 교육이 '어떤 인재를 길러내느냐'에 국가 운명이 달렸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요즘 '대학 교육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지역거점국립대(이하 거점국립대)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학생 공동 선발을 시작으로, 교수·학생 교류, 공동학위(복수학위)제 운영 등에 이르는 '지역거점국립대 네트워크' 구축에 나섰기 때문이다. 강원대, 경북대, 경상대, 부산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북대, 충남대 등 9개 대학 입학본부장이 모인 전국거점국립대입학본부장협의회(이하 협의회, 회장 임달호 충북대 입학본부장)는 우선 '입학전형 통일'부터 추진하는 중이다.
◇입시 관련 공동연구 진행 등 협력 강화
협의회는 2~3년 전부터 입시 관련 연구와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해 왔다. 지난해만 해도 '고른기회 입학전형 표준화 방안 연구' '전국 국·공립대학 권역별 핵심교사 콘퍼런스' 등을 진행했다. 임 협의회장은 "복잡한 입시 체제 때문에 학생·학부모의 혼란이 큰 상황에서 거점국립대가 솔선해 입시 전형, 전형별 선발 비율, 평가 방식 등을 통일해 보자는 취지로 공동 연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협의회는 입학 전형이나 평가 방식을 통일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대입 지원 체제 통합'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한 지원서로 9개 거점국립대에 모두 지원할 수 있는 체제다. 임 협의회장은 "통합 지원 체계를 현실화한다면, 수험생의 정신적·물질적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는 입학 설명회도 공동으로 연다. 오는 25일(화) 부산대에서 개최하는 '2018학년도 지역거점국립대학 공동 대입 전형 설명회'가 그 첫걸음이다. "학생 평가 방식도 9개 대학 입학사정관이 협의해서 결정하고 있어요. (지역 내 영향력이 큰) 거점국립대가 입시 제도를 바꾸려고 움직이면, 지방 고교가 움직이고 그에 따라 지방 공·사립대도 변하게 마련이죠. 입시 개혁부터 거점국립대가 선도하자는 겁니다."
◇교수·학생·학점 교류, 복수학위 운영 등 네트워크 추진
9개 거점국립대는 학생·교수를 교류하고 학교 시설을 공유하는 '지역거점국립대 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 구축까지 계획하고 있다. 네트워크가 구축되면 공동 선발 및 공동 학위 수여가 가능해진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학생들이 9개 대학을 원하는 대로 옮겨 다니며 강의를 듣고, 졸업도 원하는 대학에서 할 수 있게 만든다는 얘기다. 임 협의회장은 "지금 많은 국내 대학이 해외대와 복수학위제 등을 운용하는데, 이는 국내 대학 간에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며 "이것이 현실화한다면, 지금까지 각자도생(各自圖生)을 도모해 온 대학들에 혁신적 협업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각 대학이 위치한 지역의 특성화 산업과 연계해 '산학협력 네트워크'를 활성화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각 대학의 우수 취업 프로그램을 연결해 새로운 취업 프로그램 플랫폼도 구성한다. 임 협의회장은 "거점국립대 네트워크와 지방자치단체, 주요 지역 기업들이 협약을 맺어 맞춤형 인재를 배출하고 지역 인재 선발을 대폭 늘린다면 대학과 지역 균형 발전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립대 반발·국립대 간 차이 극복 등 넘어야 할 산 많아
그러나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면,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지방)사립대와 중소 국·공립대 등의 반발이 거세다. 거점국립대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면 다른 대학은 '역차별'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대학가에선 '국·공립대 정원 비중을 늘리려면 결국 지방 사립대 정원을 줄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거점국립대 간 특성이나 (입학생) 학력 차이 등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문제도 있다. 실제로 9개 대학이 '한국대(가칭)'라는 이름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안을 연구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학생·교수 등 대학 구성원의 반발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거점국립대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도 논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임 협의회장은 "거점국립대 네트워크는 교육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되는 문제를 해결할 가장 좋은 방안"이라며 "지역 인재의 수도권 유출을 막아 대학과 지자체, 지역 산업의 상생을 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거점국립대 네트워크는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할 과제입니다. 실제로 학령인구가 급감했을 때, (지금 예상처럼) 지방 대학들이 무너진다면 지방의 교육 공백을 메울 길이 없어요. 앞으로 거점국립대가 지방 교육의 구심점이 될 수 있게끔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선영 조선에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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