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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연합시론] 기대 속에 공개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청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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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전국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부 청사진이 나왔다. 정부는 20일 국정현안점검회의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추진 계획'을 심의·의결했다. 올해 안에 정규직으로 바뀌는 것은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는 기간제 근로자 19만여 명이다. 환경미화원, 경비원 등 나머지 파견·용역 근로자 12만여 명은 계약 기간 종료 시점에 맞춰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다만 근로자가 속한 용역업체가 해당 공공기관과 합의할 경우 전환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논란이 되어온 기간제 교사와 영어회화 전문강사는 전환 대상에서 빠졌다. 이들에 대해서는 별도의 심의위원회를 구성한 뒤 강사, 교원, 사범대생, 학부모 등의 의견을 수렴해 전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법률상 정규직인 무기계약직 21만2천 명에 대해서는 차별 해소와 처우 개선 등 보완 조치를 하기로 했다.

정부는 다음 달까지 공공기관으로부터 인력 전환 규모와 계획을 취합해 9월 중 로드맵을 마련한 뒤 소요 재원을 내년도 예산에 반영한다고 한다. 현재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국공립교육기관 등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인원은 184만여 명인데 이중 비정규직은 31만 명으로 약 17%를 차지한다. 정규직 전환은 단계적으로 추진되는데 이번 852개 공공기관에 이어 2단계는 자치단체 출연·출자기관과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 자회사가, 3단계는 일부 민간위탁기관이 그 대상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비정규직 문제를 공공부문부터 풀어보려는 특단의 대책인 것 같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인건비 절감과 탄력적 인력 운용이 필요해지면서 비정규직 근로자가 급속히 늘었고, 이들의 고용 불안정과 차별 대우가 사회문제로 부상했다. 이런 문제를 의식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했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도 큰 방향에서는 옳다고 본다. 하지만 풀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먼저 비정규직의 승급 체계를 정비하고 복지 포인트, 명절상여금, 식비 등을 정규직과 동일하게 지급하는 데 들어갈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걱정이다. 전반적으로 경영성과가 좋지 않은 공공부문이 이런 재정 부담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해서인지 일단 고용 안정에 주력하고 처우 개선은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부는 또 공공부문의 기존 정규직에 임금동결 등 고통분담을 호소할 생각도 가진 듯하다. 그런데 노조 목소리가 큰 공공부문에 그런 설득이 통할지 의문이다. 공공부문의 신규 채용이 줄어드는 문제와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배제된 기간제 교사 등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장애를 극복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정부가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잘 조율해 지혜롭게 일을 풀어갈 수밖에 없다. 단, 공공부문의 정규직 전환은 민간 부문에 모범을 보인다는 의미도 있다. 공공부문 정규직의 이해와 양보가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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