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다음 달까지 공공기관으로부터 인력 전환 규모와 계획을 취합해 9월 중 로드맵을 마련한 뒤 소요 재원을 내년도 예산에 반영한다고 한다. 현재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국공립교육기관 등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인원은 184만여 명인데 이중 비정규직은 31만 명으로 약 17%를 차지한다. 정규직 전환은 단계적으로 추진되는데 이번 852개 공공기관에 이어 2단계는 자치단체 출연·출자기관과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 자회사가, 3단계는 일부 민간위탁기관이 그 대상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비정규직 문제를 공공부문부터 풀어보려는 특단의 대책인 것 같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인건비 절감과 탄력적 인력 운용이 필요해지면서 비정규직 근로자가 급속히 늘었고, 이들의 고용 불안정과 차별 대우가 사회문제로 부상했다. 이런 문제를 의식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했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도 큰 방향에서는 옳다고 본다. 하지만 풀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먼저 비정규직의 승급 체계를 정비하고 복지 포인트, 명절상여금, 식비 등을 정규직과 동일하게 지급하는 데 들어갈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걱정이다. 전반적으로 경영성과가 좋지 않은 공공부문이 이런 재정 부담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해서인지 일단 고용 안정에 주력하고 처우 개선은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부는 또 공공부문의 기존 정규직에 임금동결 등 고통분담을 호소할 생각도 가진 듯하다. 그런데 노조 목소리가 큰 공공부문에 그런 설득이 통할지 의문이다. 공공부문의 신규 채용이 줄어드는 문제와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배제된 기간제 교사 등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장애를 극복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정부가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잘 조율해 지혜롭게 일을 풀어갈 수밖에 없다. 단, 공공부문의 정규직 전환은 민간 부문에 모범을 보인다는 의미도 있다. 공공부문 정규직의 이해와 양보가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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