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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정규직화` 약속은 지키지만…처우개선은 단계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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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기관 정규직화 / 정부, 최소 10만 정규직화 ◆

매일경제

# 서울시는 2013년 이후 단계적으로 민간 업체에 고용된 청소(환경미화)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는 공공기관 정년이 60세인 점을 감안해 60세 이상 여성 청소노동자를 촉탁계약직(준공무직)으로 위촉하는 형식으로 이들을 정규직화했다. 덕분에 서울시 청소 노동자의 월평균 급여는 이전 152만원에서 2015년 186만원까지 향상됐다. 하지만 추가적인 인건비 부담은 크지 않았다. 사업비 명목으로 10~15%를 용역업체에 지급했는데, 이를 고스란히 근로자 임금 증진에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들 청소 노동자에게 5등급의 호봉제를 도입했지만, 호봉 간 차이가 월평균 10만원도 나지 않아 추가적인 비용 부담도 크지 않다.

이 같은 일부 모범 사례를 준용해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보다는 고용 안정에 초점을 맞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 브리핑에서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은 "정규직화하는 과정에서 과도하게 비용이 증가하면 안 된다"면서 "가장 시급한 고용 안정에 치중해 이번 대책을 발표했다. 그 이후 처우 개선은 단계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속도 조절론'을 언급하며 '선(先)고용 안정, 후(後)차별 개선'을 제시한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단계적인 정규직화를 추진하며 '고용 안정'에 힘쓸 전망이다. 연중 9개월 이상 계속되며 향후 2년간 지속될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정규직화를 진행하되, 기간제 근로자(직접고용 비정규직)는 올해 말까지, 용역·파견 근로자(간접고용 비정규직)는 용역업체와의 계약이 끝나는 대로 정규직화를 진행할 방침이다.

정부는 용역업체들의 의견 등을 반영해 정규직 전환 예외 사유도 명기했다.

기간제 근로자의 경우 육아휴직 대체를 위해 근무하는 자 혹은 고도의 전문적인 직무에 종사하는 자는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다. 기간제 근로자 약 19만명 중에 일시·간헐·한시 업무에 종사하는 5만5097명은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약 5만5418명에 달하는 기간제 교원 및 강사도 전환 대상에서 빠졌다. 파견·용역의 경우 중소기업 진흥이 장려되는 업종은 전환 대상이 아니다. 다만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해당하는 영역 중 이 같은 항목에 걸리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용역업체 근로자가 공공부문으로의 정규직 전환을 거부할 수 있다. 이 밖에 민간위탁 분야는 이번 종합대책에선 빠졌지만 단계적으로 실태조사를 해 2018년 이후 별도로 정규직화를 추진한다. 총 31만명이 정규직 전환 대상이지만, 전환 예외 사유 등을 고려하면 실제는 10만명 안팎의 근로자가 단계적으로 정규직이 될 전망이다. 아울러 정부는 '차별 개선'도 차근차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예컨대 비정규직이 직접고용이 되면서 곧바로 정규직이 되기보다는 '공무직' '상담직' 등의 별도 직군으로 편입된다. 이들을 통칭해 무기계약직으로 부른다.

이들의 평균 연봉은 지난해 4084만원으로 정규직에 비해 2806만원 더 적었다.

정부는 총임금 차이를 '기본급 등 임금 격차'와 '복리후생적 금품 격차'로 구분하고 후자의 차별을 없애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설 상여금이나 복지포인트, 식비, 출장비, 통근비 등은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에 동일하게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임금 부문을 무기계약직에도 공공부문 정규직과 같은 호봉제를 도입하면 정규직 전환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 있다.

이 차관은 "임금체계는 동일 가치·동일 임금 취지가 반영될 수 있도록 설계할 것"이라면서도 "과도한 국민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존 근로자와의 연대·협조를 통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고연봉을 누리고 있는 정규직이 무기계약직 혹은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한 고통 분담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암시한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신규 입사 준비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일률적으로 기존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기보다는 직무 성격 등을 고려해 제한경쟁, 공개경쟁 등의 방법을 채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민간 용역업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는 업무 관련 시설·장비를 매입하거나 혹은 해당 용역업체 간부진을 자회사 관리자로 채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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