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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기아車 통상임금 6년 전쟁…"상여금 뺀 만큼 임금 많이 올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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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합리한 통상임금 기준 / 3조원 규모…내달 17일 1심 선고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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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소 시 기아자동차가 노조 측에 3조원에 육박하는 미지급 임금을 지불해야 하는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이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다. 노조 측은 미지급분에 대한 소급 적용 주장을 끝까지 이어갔으며 회사 측은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통상임금 1심 선고는 다음달 17일 오전 10시에 이뤄질 예정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부장 권혁중)는 20일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최종변론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회사 측 변호인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게 되면 피해가 3조원 가까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산업계 파장도 심할 것으로 예상돼 신의칙을 적용해달라"고 강조했다.

반면 기아차 노조 측은 "연 750%인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고 단체협약 기준에 의해 각종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며 "기아차는 경영상 어려움이 없는 만큼 연장근로 등 각종 수당을 다시 계산해 미지급한 임금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은 2011년 시작됐다. 당시 노조 조합원 2만7459명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달라'며 사측을 상대로 돌려받지 못한 통상임금 6869억원을 청구한 것이다. 또 2014년에는 조합원 13명의 이름으로 4억8000만원의 대표 소송도 제기됐다.

법조계에서는 기아차의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다소 우세하다는 판단을 내놓고 있다.

우선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갖춘 상여금은 통상임금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한 영향이 크다. 정기성은 해당 임금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계속해서 지급됐는지, 일률성은 모든 노동자에게 고루 지급됐는지, 고정성은 추가 조건 없이 하루 일한 대가가 당연하고도 확정적으로 지급됐는지를 따진다. 기아차의 상여금은 이 3가지 조건을 대부분 충족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의 경우 상여금 시행세칙에 '두 달 동안 15일 미만을 근무한 자에겐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다. 이는 고정성 조건에서 위배된다. 일정한 일수 이상 근무해야만 지급하는 상여금은 고정적으로 지급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이 때문에 2015년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했던 현대차 노조의 경우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기아차로서는 문구 하나 부족으로 어마어마한 대가를 치르게 된 셈이다.

기아차가 재판부에 호소한 신의칙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는 민법 제2조 1항을 지칭하는 것이다. 법률관계 당사자는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얘기다.

통상임금 관련 신의칙의 판단 기준은 2013년 제시됐다. 대법원이 갑을오토텍 통상임금 사건에서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통상임금 확대 청구로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의 위기가 발생한다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돼 허용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기아차의 경우처럼 근로자에게 추가로 법정수당을 지급함으로써 회사의 재정 부담이 크다면 재판부가 이를 막아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신의칙에는 지난 수십 년간 임금협상 등을 통해 이어져 온 노사 간의 신의도 해당된다. 그동안 고용노동부 지침에 따라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에서 제외한 것은 기아차뿐 아니라 우리나라 대부분 기업의 임금협상에서 일반적인 관행이었다.

실제로 매년 이뤄지는 임금협상 테이블에서 기아차 노사 모두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전제를 감안해 그만큼 매년 임금인상률을 높게 설정해 왔다. 이는 기아차 노조 측이 소송을 제기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현재의 임금수준과 근로조건은 상여금이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노사 상호 신뢰하에 결정된 것인 만큼 신의성실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얘기다.

기아차의 경우 올해 상반기 최대시장인 중국에서 판매실적이 55% 감소했으며 미국에서도 전년보다 판매가 10% 줄었다. 산업계에서는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 기아차가 통상임금 소송으로 과도한 비용을 지출할 경우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투자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기아차는 영업이익 적자 전환, 유동성 위기 심화, 인건비 상승 등으로 글로벌 경쟁 도태는 물론 당분간 재무상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 <용어 설명>

▷ 통상임금 :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시급 일급 주급 월급 등을 말한다. 통상임금은 연장근로 야간근로 휴일근로 유급휴가 등에 지급하는 가산금과 퇴직금 계산 등의 기준이 된다.

[이승훈 기자 /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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