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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증세 문제 얘기하자"…정부 내부서 증세론 꿈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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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등 장관 3~4명 증세 필요성 언급

김동연 "민감한 문제..여러가지 검토 중"

[세종=이데일리 피용익 박종오 기자] 정부 내부에서 증세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이행에 필요한 178조원을 마련하려면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마련한 재원 조달 계획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장관회의에서 “재정 당국에서 내놓은 재원 조달 방안이 조금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며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겨냥했다.

김 장관은 “한 말씀 짚고 넘어가겠다”며 “대통령께서 후보 시절 소득세율 최고구간을 조절하겠다고 했고, 법인세율도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재원 조달 방안이) 너무 약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증세 계획이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김 장관은 그러면서 “특히 소득세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현실을 정확히 알려야 한다”면서 “더 나은 복지를 하려면 형편이 되는 쪽에서 소득세를 조금 더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정직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는 표 때문에 증세 문제를 얘기하지 않고 복지를 확대해야 하는 현재의 상태가 언제까지 갈 수는 없다”며 재정 당국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다른 장관들도 “증세 논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발언을 이어갔다. 반면 일부 장관들은 증세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논의 시기를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김 부총리는 “법인세와 소득세 문제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라며 “재정당국이 여러 가지 검토하고 있다. 국가재정전략회의도 있으니 같이 얘기해보는 걸로 하자”고 답변했다.

정부 내부에서 증세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만큼 이날부터 이틀간 열리는 국가재정전략회의와 23일 개최되는 경제현안감담회에선 증세 문제가 심도있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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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문 대통령이 지난 19일 발표한 새 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을 보면 대선 공약 201개를 반영한 100대 국정 과제 실행에 필요한 비용은 임기 5년간 총 178조원으로 추산됐다. 중앙 정부가 151조 5000억원, 지방 정부가 26조 5000억원을 지출한다.

돈을 마련하는 방법은 대선 때 제시했던 것과 달라졌다. 지출 구조조정 등 재정 개혁(세출 절감)을 통해 마련할 금액이 애초 112조원에서 95조 4000억원으로 16조 6000억원 줄었다. 반면 세법 개정 등 세입 개혁으로 조달하겠다는 돈이 66조원에서 82조 6000억원으로 늘었다. 쓰는 돈을 아껴 전체 공약 재원의 53.6%를 마련하고, 나머지 46.4%는 세금 등 들어오는 수입을 늘려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비과세·감면 정비 등 사실상 증세(增稅)를 통한 재원 마련액을 31조 5000억원에서 11조 4000억원으로 대폭 줄이고, 공약집에 없던 초과 세수 60조 5000억원을 재원에 끼워 넣었다는 점이다. 최근 기업의 영업 실적 호조 등으로 인해 세금이 잘 걷히자 정부의 당초 예측보다 더 들어오는 세금으로 전체 공약 소요 재원의 3분의 1가량을 메꾼 것이다.

그러나 초과 세수는 말 그대로 ‘국세 수입 예상 증가분’이다. 향후 경기 여건에 따라 실제 정부 곳간에 들어오는 세금은 예상보다 적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약속했던 복지 확대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변수는 내년 6월에 열리는 지방선거다. 증세는 여당의 표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정부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새 정부 증세 논의의 핵심 열쇠를 쥘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특위는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 구체적인 증세 등 조세 개혁 로드맵과 추진 일정을 담은 보고서를 마련해 대통령과 국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다만 정부가 올해 하반기 중 설치하겠다고 공언한 특위는 아직 위원회 구성 준비에도 착수하지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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