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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해외기업 사냥 '칭송'받던 中기업, 국부유출 비난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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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중국)=조창원 특파원】왕성한 해외기업 인수에 나섰던 중국 공룡기업들에 대한 자금압박이 갈수록 높아질 조짐이다.

중국 당국의 자본유출 차단을 위한 대출조사 기조 속에 다롄완다그룹이 11조원대 사업을 털어낸 데 이어 하이난항공(HNA)그룹에 대한 해외 금융기관의 리스크관리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 중국내에서 해외기업 인수를 일종의 자금세탁으로 간주하는 시각이 제기되면서 해외사냥에 주력했던 중국 주요기업들의 자금압박이 심화될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간)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최근 하이난항공의 모호한 지배구조와 기타 이유 등을 들어 거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을 내부 메일 입수를 통해 보도했다.

메일 내용에는 "우리는 하이난항공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으며 리스크를 떠안을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내용과 "고객 선정 기준을 엄격하게 유지해야 하는 중요성을 고려해 이 시점에서 하이난항공과 거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사항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BOA는 하이난항공과 많은 거래를 해온 건 아니지만 하이난의 해외 사업확장에 자금을 댔던 월가 대형은행중 한 곳이다. 따라서 이번 BOA 결정이 중국기업들의 해외 인수행보에 대한 월가의 인식변화를 야기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중국기업들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중국 규제당국의 회사에 대한 관심, 복잡한 사업모델 등이 주된 불안요소로 거론되고 있어 중국기업에 대한 리스크관리가 한층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해외기업 인수사냥에 나섰던 중국기업들에 대한 중국내 대출압박도 강도를 높이고 있다.

다롄완다는 이날 호텔 자산을 광저우 R&F부동산에 199억1000만 위안(약 3조3078억 원)에, 테마파크 사업 지분 91%는 룽창중궈에 438억4000만 달러에 각각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완다는 지난주 테마파크와 호텔 모두를 룽창중궈에 넘기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다롄 측이 룽창의 인수자금을 대출 형태로 지원한다는 꼼수 논란이 불어지면서 자산매각 전략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이들 중국기업들에 대한 국내 여론도 심상치 않다.

가전유통업체 쑤닝그룹이 지난해 이탈리아 축구 클럽 인터밀란 지분 70%를 인수한 건이 중국 언론을 통해 도마에 올랐다. 적자투성이 해외기업을 인수한 게 정상적인 투자가 아닌 사실상 국내자금을 해외로 빼돌리기 위한 자산 이전 수법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부터 해외 부동산과 호텔, 영화, 엔터테인먼트, 축구클럽 등에 대한 투자를 비이성적 해외투자로 간주하고 인수규제 입장을 강조해온 바 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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