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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文정부 경유차 줄여 미세먼지 잡겠다는데…한숨 커진 車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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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 경유세 인상 고개를 넘은 자동차 업체가 또 다른 고개를 만났다. 정부가 미세먼지를 잡을 목적으로 경유차를 줄이기로 해 오는 9월부터 차량 판매 전 받아야 하는 배출가스 검사가 기존보다 강화된다. 일부 자동차 업체들은 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쌍용자동차와 르노삼성자동차는 올 9월 새로 도입되는 배출가스 측정방식에 대해 환경부에 준비할 시간을 더 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서도 협회원 의견을 추려 환경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9일 환경부는 기존보다 대폭 강화된 차량 배출가스 측정방식을 담은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신차들은 올 9월부터, 기존에 판매 중인 차는 내년 9월부터 새 배출가스 기준을 맞춰야 판매가 가능하다.

인증을 못 받으면 업체들은 차를 팔 수 없다. '질소산화물 후처리 장치(SCR)'를 달거나 엔진 기술 개발을 통해 기준에 들어야 한다. 바뀔 배출가스 측정방식은 유럽연합 유럽경제위원회가 개발한 '국제표준 소형차 배출가스 시험방식(WLTP)' 기준을 따른다. 실제 도로가 아닌 실험실에서 측정하지만 과거 실험실에서 측정한 유럽연비측정방식(NEDC) 때보다 훨씬 조건이 까다롭다.

검사 시간, 거리는 늘어나는 반면 결과는 기존을 유지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차량 테스트 주행시간이 현 1180초에서 1800초로 는다. 주행거리도 11㎞에서 23.26㎞로 2배 이상, 주행 평균속도는 시속 33.6㎞에서 46.5㎞로 빨라진다. 강화된 기준에도 배출가스인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은 기존과 같은 ㎞당 0.08g에 맞춰야 한다.

쌍용차, 르노삼성은 자금력이 부족해 인증을 맞추기 위해서는 신차 개발 수준인 3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인증을 못 받으면 쌍용차는 대표 모델인 코란도 시리즈와 코란도 투리스모 등 주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를 할 수 없다. 르노삼성도 중형 SUV QM6 판매가 어렵게 된다. 코란도 시리즈와 QM6는 올 상반기 국내에서만 각각 1만7939대, 1만3920대가 판매돼 양사 내수 전체에서 33%, 26%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 규제가 과도하다거나 도입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규제를 충족할 시간을 좀 달라는 것"이라며 "미국은 제도를 도입하지 않기로 했고 일본은 3년의 유예기간을 줬다. 우리나라는 유예기간이 짧아서 대응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업체들은 경유세 인상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는 인상안이 포함되진 않았지만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 설치되는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에서 경유세, 소득세 등 세제 개편 방안을 논의한 뒤 이르면 내년부터 인상 방향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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