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의 계속된 강세는 크게 3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증권 전문가들은 ‘미국’과 ‘삼성전자’ 그리고 ‘실적’이 국내 증시의 강세를 이끌면서 대세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① 미국발 훈풍에 코스피 날았다…뉴욕 증시도 사상 최고치
12일(현지시각) 뉴욕 증시에서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 평균은 6월 19일 이후 약 한 달여 만에 최고치를 새로 썼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동시에 자산 축소도 시장에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자 투자자들은 즉각 반응했다. 미국 10년물 채권수익률과 2년 만기 채권수익률은 소폭 하락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동반 상승했다.
훈풍은 국내로도 이어졌다. 그동안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나왔던 금리 인상과 자산 축소 암시 발언들은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잠재적인 불안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옐런의 비둘기파적인 통화 정상화 기조를 확인한 것이 코스피지수 상승의 가장 큰 동력이 됐다”며 “세계 경제 회복에 따른 기업 이익 증가가 예상되면서 금리 상승 속도가 경기 회복 속도를 웃도느냐가 문제였는데, 옐런이 기자회견을 통해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확인시켜줘 국내 증시가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채현기 KTB투자증권 연구위원도 “통화정책은 긴축으로 기조가 결정됐지만, 그 속도가 점진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신뢰가 쌓인 상황”이라며 “이 같은 환경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채 연구위원은 “현재 코스피지수 하단이 견고하게 형성됐다”라며 “2400선 안착을 시도하는 국면에서 리스크들은 이미 시장에 노출된데다 긍정적으로 볼만한 요소들이 더 많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② IT가 미국과 동조화 이끌어…“삼성전자 쏠림 문제없다”
성격이 약간은 다르기는 하지만 큰 틀에서 한국과 미국 증시가 기술주가 주도하는 성격을 띠며 동조화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요소다. 증권 전문가들은 한국과 미국 증시가 방향을 같이 하는 데에는 IT 관련주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봤다. 삼성전자(005930)는 이날 장 중 254만70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기술주 중 소프트웨어가, 한국은 하드웨어가 강한데 국내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들의 품질이 높아지면서 한국과 미국 기업 주가가 동반 상승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라며 “애플이 경쟁사인 삼성디스플레이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그는 “반도체의 경우에도 과거보다 B2B 거래가 늘면서 기업 체력 더 좋아지고 있다”라며 “두 나라의 동조화가 지속되는 현상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쏠림 현상 역시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견해다. 김 연구원은 “쏠림현상이 있긴 하지만 심화되는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쏠림이 심하다는 건 그만큼 돋보이는 시장에서의 지위와 실적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전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보면 삼성전자가 약 23%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익 관점에서 보면 3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할 만큼 압도적인 성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게 김 연구원의 생각이다. 그는 “지난해까지 삼성전자 이익 규모는 시총 2~11위까지 약 10개 기업의 이익을 다 합친 것과 맞먹는다”고 설명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삼성전자 쏠림 현상은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라며 “현재 돈도 제일 잘 벌고 주주환원정책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는 더욱 매력적인 종목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쏠림현상은 중·소형주를 취급하는 매니저나 펀드 입장에서는 좋지 않게 보일 수 있으나 기업 가치를 고려하면 삼성전자는 여전히 싼 편”이라고 말했다.
③ 실적도 지수 상승 견인…IT 제외하면 3분기 조정 가능성도
기업들의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다는 점도 시장 분위기를 좋게 만들었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유가증권 상장사들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기대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46% 증가한 47조6000억원이다.
김두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지수 상승에 힘을 보탰다”라며 “절반 이상이 삼성전자 등 IT 관련주에 국한되긴 했으나 연초부터 시작해서 어닝서프라이즈에 대한 기대감이 계속해서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금리가 상승추세이기 때문에 금융주들도 오르고 지수가 오르면서 증권주도 강세를 나타냈다”며 “지수가 상승세를 이어가면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감에 정유주와 화학주에도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IT를 제외하면 현재 추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도주 중 하나로 분류됐던 금융주의 경우 금리가 추세적으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반기 실적 개선이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증권주 역시 지수가 상승하다 보니 선순환 성격으로 강세를 나타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살아나는 분위기를 연출했던 철강 역시 3분기까지 그 힘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하진수 기자(hj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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