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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납품가 후려쳐 이익 봤으면 1%라도 공유"…정운찬의 '이익 공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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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대기업이 납품가 후려치기로 이익을 냈으면, 이익을 공유해야 하는 것 아닌가. 수조원의 이익 중 1%만 공유해도 수백억이다. 시혜적 차원이 아닌, 보상 차원이다."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이 12일 진행된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개교 20주년 기념 명사특강 시리즈에서 단기·중기적 동반성장 정책을 제안했다.

그는 동반성장을 '경제 전체의 파이는 크게 하되 분배의 묘를 살리는 것'이라며 부자의 몫을 빼앗아 가난한 자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들어 한국 경제의 국내총생산(GDP)을 100으로 두고 부자가 50, 가난한 이들이 50을 갖고 있다 치자. 이 GDP를 110으로 늘린 다음, 부자와 가난한 자가 55대 55로 똑같이 나누는 게 아니라 54대 56 혹은 53대 57로 나누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그가 주장하는 동반성장 단기 3정책 중에서 '이익 공유제'와 맞닿아 있다. 그는 정부가 의지가 있으면 빠른 시간 안에 실현할 수 있는 3대 정책으로 ▲이익 공유제 ▲중소기업 적합업종 법제화 ▲정부사업의 중소기업 직접 발주 제도화를 꼽았다.

정 이사장은 "이익 공유제는 결코 시혜적인 것이 아니라 보상적인 것"이라며 "이익의 적지 않은 부분이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불공정 거래에 연유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법제화는 대기업의 지네발식 확장을 막기 위해서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재벌 총수 일가는 끊임없이 골목상권을 침해하며 한국경제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며 적합업종 법제화를 통해 대기업이 세계시장으로 나갈 수밖에 없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청업체만 일하고 대기업이 이익을 독점하는 문제도 정부 사업의 중소기업 직접 발주로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기적 목표로는 중소기업 육성과 노동시장 정상화, 최저임금 인상을 꼽았다. 그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 격차를 현재의 60%대에서 75~80%까지 높여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정부의 기술개발(R&D) 자금 배분도 중소기업 위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자재가격 상승을 납품가에 의무적으로 반영토록 하는 '원자재가-납품단가 연동제'를 제도화하고, 자유경쟁 체제 시장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이사장은 "미국은 주식시장 시가총액 상위에 업력 15년 이하 젊은 기업들이 대부분이지만, 우리는 50~60년이 넘은 늙은 재벌기업이 대부분"이라고 비판했다.

노동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정규직-비정규직 이중구조를 해소하고, 장기적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공공부문이 솔선수범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민간기업의 정규직 전환에 재정·세제상의 지원을 해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을 옹호하기도 했다.

또 5년간의 시간을 두고 최저임금을 평균임금의 일정비율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노동계를 중심으로 논의되는 '최저임금 1만원'과 일맥상통한다. 정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임금이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이 한계 중소기업의 고용을 줄여 오히려 저소득층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있지만, 소비성향이 높은 계층의 임금소득 증가는 내수를 자극해 경제 전체의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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