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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SMALL BUSINESS] 최저임금 인상에 주목받는 자판기 창업 꽃·헬스·상담·성인용품…대박 열쇠는 ‘입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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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이 예고된 가운데 인건비를 최소화한 자판기 창업이 주목받고 있다. 꽃, 건강식품, 성인용품 등 이색 자판기(자동판매기)가 쏟아진다. 신용카드는 물론 간편결제가 가능한 자판기도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해 전국을 휩쓴 인형뽑기 열풍이 어떤 아이템에서 재연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해 최고 인기 창업 아이템은 인형뽑기방과 코인노래방이었다. 이들만큼은 아니지만 셀프빨래방도 꽤 늘었다. 패스트푸드 업계에선 기계로 주문을 받는 ‘키오스크’ 설치도 급증했다.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무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 최저임금이 향후 10% 이상 급등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계에선 인건비가 덜 드는 무인 창업 아이템이 각광받는다.

무인 창업의 대표 사례는 단연 자판기다. 국내 자판기의 역사는 4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6년 1월 서울 지하철 9곳에 50대의 음료 자판기가 설치됐고, 이듬해 롯데산업이 일본 샤프에서 커피 자판기 400대를 들여오면서 본격 대중화됐다. 이후 자판기는 한때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불리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최근 커피 자판기 시장은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내 식품 자판기 업소 수는 2008년 1만5623개에서 지난해 6658개로 8년 만에 절반 이상 줄었다. 일반 커피전문점과 편의점이 급증하면서 커피의 품질과 접근성이 대폭 높아져서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에선 커피전문점이나 편의점에서 팔지 않는 상품을 중심으로 이색 자판기 개발에 몰두하는 분위기다.

매경이코노미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이 예고된 가운데 인건비를 최소화한 자판기 창업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홍대 한 편의점 앞에 설치된 꽃 자판기를 이용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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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자판기 뭐 있나

▷사과·샐러드·모자…뭐든 개발 가능

현재까지 상용화된 자판기는 꽃, 사과, 성인용품, 건강식품, 아이스크림, 피자, 샐러드, 라면, 모자 등 다양하다.

꽃 자판기는 최근 개발된 자판기 중 가장 시장성이 높은 상품으로 평가된다. 유행을 타지 않는 데다 선물용, 파티용 등 일상에서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자판기로 생화(生花)를 팔아 금세 시드는 등 관리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은 생화에 약품 처리를 해 반영구적으로 만든 ‘보존화(preserved flower)’가 개발돼 진짜 꽃과 같은 느낌을 주면서도 관리가 수월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꽃 자판기는 현재까지 나온 종류만 6~7가지나 된다. 상품도 꽃송이나 꽃다발, 꽃으로 장식된 시계, 향수 등 다양하다. 점주가 상품을 구성하기 나름”이라며 “데이트나 축하 파티 등 꽃이 필요한 경우 근처에 꽃집이 없거나 문을 닫았을 때 유용하다”고 전했다.

피자나 라면 자판기가 설치된 곳도 있다. 버튼을 누르고 결제를 하면 밀가루 반죽이 피자 도우로 만들어지고, 그 위에 토마토 소스와 토핑이 올라간 다음 오븐에서 1분 20초 동안 구워져 나오는 식이다. 라면도 버튼만 누르면 컵라면이 아닌, 면발이 충분히 익은 끓인 라면을 5분 안에 먹을 수 있다. 학교나 기업 내 매점,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 간단히 허기를 때우는 용도로 인기다.

성인용품 자판기는 모텔의 일부 객실 안에 설치돼 있다. 현행법상 성인용품은 청소년이 이용 가능한 시설에선 판매할 수 없다. 때문에 모텔이라도 복도에는 설치가 불가능하다. 모텔에 부모 등과 동반 투숙한 청소년의 눈에 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객실에만 설치하면 성인 전용룸으로 분리 운영할 수 있다. 업계에선 성인용품 자판기를 이용해 성인 인증 후 출입할 수 있는 무인 성인용품 판매점도 조만간 선보일 계획이다.

헬스장 전용 자판기도 있다. 단백질 보충제, 근력 강화제, 지방 분해제 등 몸매 관리에 유용한 제품을 무인으로 파는 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일부 헬스장에서 10대를 시범 운영 중인데 반응이 좋아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가격은 제품당 2000원 정도고 현금은 물론, 스마트폰을 통한 간편결제도 가능하게 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고민 상담이나 힐링을 위한 자판기도 있다. 500원을 넣고 ‘월요병 말기’ ‘현실 도피증’ 같은 21가지 증상 중 하나를 누르면 ‘약 봉투’가 나온다. 열어보면 위안을 주는 문구가 적힌 종이, 산책 코스 지도, 요리 레시피, 추천 도서·영화 목록 등이 담겨 있다. 서울문화재단이 지난해 개설했다.

나만의 자판기 주문제작도 성행

▷아이템만 좋으면 2개월 안에 ‘뚝딱’

최근에는 자판기를 주문·생산해주는 업체도 생겨났다. 덕분에 아이디어만 있으면 얼마든지 ‘나만의 자판기’를 만들어 운영할 수 있다.

나만의 자판기 제작 순서는 대략 다음과 같다. 자판기 주문→아이템 사업성 검토→상담·견적→계약→시제품 제작→성능 테스트→수정·보완 후 양산. 주문부터 양산까지 걸리는 시간은 빠르면 1개월, 늦어도 2~3개월 안에 가능하다.

문제는 아이템의 사업성과 비싼 초기 개발 비용. 시제품 개발에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2000만~3000만원이 들다 보니 이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사업성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자판기 주문·생산업체인 미래자판기연구소의 이영환 대표는 “자판기 제작 문의가 하도 쏟아져 수개월치 주문이 밀려 있다. 현재 기술력으로는 웬만한 자판기는 다 만들 수 있다. 단 세상에 없던 자판기를 만들려다 보니 초기 개발비가 비싼 편이다. 때문에 자판기 제작 문의가 100개면 실제 제작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5% 미만에 불과하다”고 귀띔했다.

창업 비용과 수익률은

▷입지 따라 적자~수백만 ‘제각각’

자판기 창업 비용과 수익률은 어떨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자판기 종류와 입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자판기는 입지에 따라 자릿세가 월 수만원에서 수십만원으로 다양하다. 전기요금도 고려해야 한다. 일반 자판기는 전기요금이 월 3000원도 들지 않지만 아이스크림, 사과 등 냉장·냉동 기능이 필요한 식품 자판기는 최고 월 10만원 이상 든다. 때문에 업계에선 식품 자판기 운영을 그리 추천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 자판기는 유통기한이 짧아 상품을 자주 갈아줘야 하는 등 관리가 쉽지 않다. 자칫 상한 음식을 먹고 고객이 피해를 입게 되면 보상해줘야 하는 리스크도 있다”고 조언했다.

▶편의점서 안 파는 아이템 유리

관리 힘든 식품 자판기는 비추

자판기도 매장…입지 잘 골라야

수익률은 고객의 이용 빈도와 점주의 가격 책정에 달렸다.

자판기는 점주가 가격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지만, 유인(有人) 매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해야 재구매율이 높아진다. 이를 감안할 때 업계에선 자판기 영업이익률이 매출의 50% 안팎이 적당하다고 강조한다.

이영환 대표는 “꽃 자판기는 입지만 좋으면 하루 10다발 이상 팔린다. 2만원짜리 꽃다발이 10개씩 팔린다면 월매출 600만원, 자릿세와 전기요금을 내고도 순이익 200만원 이상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하루 한 다발도 안 팔리는 경우도 있으니 입지가 가장 중요하다. 입지에 따라 매출이 몇 배씩 차이 난다”고 말했다.

자판기 창업 시 주의사항.

첫째,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도 편의점에 없는 아이템이 유리하다. 우리나라는 편의점 포화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그만큼 고객 접근성이 뛰어나다. 때문에 편의점에서 대체 구매가 가능한 상품은 사업성이 떨어진다.

둘째, 실외보단 실내에 설치하는 게 제품 수명이 오래간다. 일반적으로 자판기는 관리만 잘되면 10년 이상 사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실외에 두면 비바람이나 취객의 발길질 등에 의해 3년도 못 가 고장 날 수도 있다.

셋째, AS가 용이해야 한다. 자판기는 고장이 나면 매출이 ‘0’이 된다. 이럴 땐 신속·정확하게 AS가 이뤄져야 하므로 AS를 잘해주는 믿을 만한 업체에서 구입하는 게 중요하다.

이영환 대표는 “인건비가 급등하는 시대에 자판기는 장기적으로 유망한 창업 아이템”이라며 “자판기도 하나의 매장인 만큼, 유동인구가 많고 타깃 고객층이 있는 입지를 발품을 팔아 알아보고 꾸준히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 사진 : 윤관식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15·창간호 (2017.07.05~07.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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