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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막차 놓칠라… '지주사 전환用' 회사 쪼개기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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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SK케미칼은 현재의 회사를 화학·제약 사업부문과 투자 사업부문 등으로 쪼개기로 결정하고 한국거래소에 '인적분할'을 신청했다. SK케미칼의 화학·제약 부문은 신설 법인인 SK케미칼로 재상장하고, 투자 사업부문은 SK케미칼홀딩스로 변경해 상장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회사가 분할되면 SK케미칼홀딩스는 지주회사가 되고, 재상장되는 SK케미칼은 화학과 제약 등의 사업부문만 맡는 SK케미칼홀딩스의 자회사가 된다. SK케미칼 관계자는 "화학·제약 사업에 좀 더 집중하고, 지주사는 자회사 관리 등 경영을 더 효율적으로 하려는 조치"라고 말했다.

현재 대기업들은 자회사 간 지분 관계가 복잡한 순환출자 형태의 지배구조는 투명하지 못하다는 지적에 따라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추세이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 순환출자 고리가 없어져 정부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고, 자회사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조선비즈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지주회사 전환이 진행되면서 '인적분할'이 활발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5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합병·분할·분할합병 공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인적분할 건수는 2015년 1건에서 지난해 6건으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서도 상반기에만 롯데제과, SK케미칼, BGF리테일, 제일약품, 동아타이어공업, 케이씨텍, 이녹스 등 7개 기업이 인적분할을 공시한 것으로 집계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인적분할 막차 타는 기업들

인적분할은 한 개의 기업을 여러 개로 쪼개는 기업분할 방식 가운데 하나다. 분할 전 회사의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받는 방식이다. 분할한 회사 중 기존 사업을 이어받는 기업은 다른 이름의 회사로 변경돼 상장되고, 새로 생긴 기업은 한국거래소의 심사를 거쳐 재상장된다. 인적분할은 SK케미칼처럼 기업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주로 활용된다.

또한 기존 회사와 연계성이 높은 신설 회사를 세우면 경영 전략이나 주가 관리에 유리할 수 있고, 핵심 사업과 비핵심 사업으로 나눠 주력 사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인적분할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 들어 상장기업들이 인적분할에 적극 나서는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대선 기간 중 지주회사 설립 요건을 강화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공약에 따르면, 기업들은 인적분할 전 자사주를 소각해야 하며(자사주를 소각하면 주당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주주의 이익이 커짐), 인적분할 시 신주(新株) 배정도 금지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대주주의 자사주가 인적분할을 통해 의결권이 있는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대주주는 지주회사 전환을 꺼리게 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인적분할을 통해 의결권 없는 자사주를 의결권 있는 주식으로 바꿀 수 있고 이를 통해 대기업 총수 일가가 돈 한 푼 안 들이고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데, 이것이 막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적분할로 주가는 요동쳐

일반적으로 인적분할은 기업에 호재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주주가 신설 회사 주식을 배정받을 수 있고, 신설 회사가 증시에 상장된다는 점 등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인적분할을 발표한 현대중공업은 발표 일주일 만에 주가가 6.5% 상승했다. 하나금융투자가 2007년 이후 지난해까지 인적분할한 27개 기업(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시가총액 2000억원 이상)의 시가총액 변화를 분석한 결과, 인적분할 발표 6개월 뒤에는 시가총액이 평균 22.9% 상승했고 9개월 뒤에는 무려 90.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주가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BGF리테일은 지난달 8일 투자회사인 BGF와 사업회사인 BGF리테일로 회사를 인적분할한다고 발표하자 13만8000원이던 주가가 다음 날 8.33%(1만1500원) 급락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적분할을 통해 투자자가 신설 회사 주식을 받는 것이나 분할 회사가 상장되는 것 등은 해당 회사에 특별한 가치를 새롭게 생산하는 일은 아니다"며 "기업의 실적이나 전망 등 회사의 사정에 따라 주가는 달라진다"고 말했다.

곽창렬 기자(lions363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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