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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블랙리스트’ 김기춘 7년·조윤선 6년 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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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표현의 자유 침해…역사의 수레바퀴 되돌려 놔”

김 전 실장, 끝까지 “리스트 지시·보고받은 사실 없다”

경향신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를 작성·운용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78)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1)에 대해 각각 징역 7년과 6년을 구형했다.

김 전 실장은 최후진술에서 블랙리스트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거듭 밝히면서 재판부에 “부디 옥석을 잘 가리고 진실과 허위를 분별해 판결해달라”고 호소했다.

특검은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황병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김 전 실장에게 징역 7년, 조 전 장관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밝혔다. 이들과 함께 기소된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57)에 대해서는 징역 6년, 김소영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50)에 대해선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60)·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56)·정관주 전 문체부 차관(53)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이용복 특검보는 “김 전 실장 등이 국가와 국민에게 끼친 해악이 너무나 중대하다”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핵심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밝혔다. 이 특검보는 이어 “김 전 실장 등은 네편과 내편을 갈라 나라를 분열시켰고, 참모로서 대통령의 잘못을 바로잡지 못하고 오히려 동조해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들을 내치고 입을 막는 데 앞장서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려 놓았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최후진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자신은 블랙리스트를 보고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방안’ 문건을 박준우 전 정무수석에게 보고받았다는 특검의 공소사실을 반박했다. 김 전 실장은 “VIP(박근혜 전 대통령)와 비서실장에게 보고하는 문서의 형식이 아니다”라며 “VIP에게 10쪽이 넘는 긴 보고서를 올리는 경우는 청와대에는 없다”고 했다. 블랙리스트는 박 전 대통령 혐의에도 포함돼 있다.

조 전 장관은 울먹이며 “제가 블랙리스트 주범이라면서 책임을 지라는 특검의 주장은 참기 힘든 것”이라며 “비록 문체부를 통해 제 꿈을 실현하는 것은 하늘이 허락해주지 않으셨지만 앞으로도 문화를 사랑하는 자연인 조윤선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특검이 주요 증거로 제시한 김영한 전 민정수석과 박준우 전 정무수석의 업무수첩과 관련자들의 법정진술 등을 토대로 김 전 실장 등의 유무죄를 판단하게 된다. 업무수첩에는 블랙리스트 관련 지시사항이 적혀 있고, 김 전 실장의 지시를 받았다는 진술이 모철민 전 교육문화수석·김종덕 전 장관에게서 나오기도 했다. 업무수첩에 기재된 내용을 김 전 실장의 지시라고 볼 수 있는지, 국정기조와 같은 포괄적 지시도 부하직원들의 블랙리스트 실행 행위에 연결할 수 있는지, 실무자가 한 일의 책임을 윗선에 물을 수 있는지 등이 주요 쟁점이다.

김 전 실장 등의 블랙리스트 운용 지시가 범죄에 해당되는지도 중요한 판단 지점이다. 김 전 실장 등은 정부 산하 기관의 보조금 지급을 관리·감독할 권한이 있고, 이에 따라 부적절한 단체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라는 것이었다면 정책 또는 정치적인 문제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재판 과정에서 김 전 실장 측은 “정책적 판단이기 때문에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고, 조 전 장관 측도 “정치적 사안을 무리하게 범죄화하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조 전 장관의 남편 박성엽 변호사가 직접 최후변론에 나섰다. 30여년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형사법정에는 처음 서본다는 박 변호사는 울먹이면서 “구속된 날 서울구치소에 갔을 때 ‘절대로 쓰러지지마. 의연하고 당당하게 가자’라고 했다”며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해야겠다는 게 재판에 임하는 제 마음이었다. 이제는 그저 하늘과 운명과, 재판 시스템을 믿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 변호사가 말하는 동안 조 전 장관은 계속 눈물을 흘렸다. 김 전 비서실장 등에 대한 선고공판은 오는 27일 오후 2시10분 열린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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