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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블랙리스트’ 김기춘 징역 7년 조윤선 징역 6년 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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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역사의 수레바퀴 되돌렸다”

김기춘 “정당한 정책 판단” 혐의 부인

조윤선, 변호사 남편 최후 변론에 눈물

27일 선고…위증 혐의도 관건
한국일보

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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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을 작성하고 관리한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7인방에게 모두 무거운 형이 구형됐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마지막 공판에서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 일체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황병헌) 심리로 3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관리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전 실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같은 혐의의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는 징역 6년을 구형했다.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에게는 징역 6년을, 김소영 전 문화체육비서관에게는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했다.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정관주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은 각각 징역 5년이 구형됐다.

특검은 이날 블랙리스트 작성ㆍ관리가 부당한 정치 탄압이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특검은 “어린이 책을 만드는 사람이 문재인을 지지하는지 여부는 국가 안전 보장과 전혀 무관하고,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특검은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비서관 권한은 무한하다”며 이들이 권력을 남용해 문화체육관광부 직원들에게 원래 해야 할 업무가 아닌 블랙리스트 관련 업무를 하게 만들었으니 직권남용및권리행사방해 혐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이들이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려 놓으려 했다”고 비판했다.

김 전 실장 측은 최후 변론에서 정당한 정책 판단이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좌파단체 지원 배제와 관련한 자신의 발언이 적힌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업무수첩에서 기재 경위를 확인할 수 없으니 자기 발언임을 증명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한편 실제 블랙리스트가 작성됐다고 하더라도 정당한 업무라 범죄가 아니라는 것이다. 환자용 수의를 입고 피고인 최후 진술에 나선 김 전 실장은 “명단을 문체부에 내려보내서 집행하도록 지시하지 않았고 집행 상황을 보고받은 일도 없다”며 “문건은 특검 조사 때 처음 봤다”고 강조했다.

재판 내내 미동 없이 담담한 모습을 보였던 조 전 장관은 남편인 박성엽 변호사가 직접 자신을 위해 최후 변론에 나서자 흐느끼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박 변호사는 “그간 저희가 할 수 있는 말은 ‘우리가 한 적 없다’고 외치는 것 밖에 없었다”며 “배우자라는 것은 가정을 꾸리고 같이 자식 낳아 기르고 같이 운명하는 것이다.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으니 이제 하늘과 운명과 재판 시스템을 믿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눈물 흘리는 조 전 장관을 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조 전 장관은 최후 진술에서 “앞으로 남은 인생도 문화 예술과 문화 예술인을 사랑하는 애호가의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게 꿈”이라며 “문화인들과 국민들께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울음을 터트렸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 존재 여부와 관련해 국회 청문회 위증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에게 적용된 직권남용과 강요죄는 법정 최고형이 5년이지만 국회 위증죄는 최고형이 10년이다. 여러 혐의를 동시에 받고 있으면 그 가운데 가장 높은 형의 50%까지 가중해 선고할 수 있어 김 전 실장이 받을 수 있는 법정 최고형은 징역 15년이다. 블랙리스트 관련자 선고 공판은 오는 27일 열린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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