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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US REPORT] 한미정상회담 앞두고 어깨 무거운 경제사절단 美 통상압박에 韓정부는 무대책 ‘앞날 캄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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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미국 출장 준비에 분주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한미정상회담에 맞춰 이른바 기업인들이 경제사절단으로 미국에 대거 출동한다.

과거에는 경제사절단이라고 하면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더 그럴싸하게 보이기 위한 구색 갖추기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래서 재벌 총수 한두 명이 반드시 껴야 하고 방문국에서 유명한 글로벌 기업이 포함돼야 하며 상대국에 투자할 선물 보따리도 안고 가야 한다. 심지어 대표단 식사나 관광을 책임지는 기업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경제사절단만큼은 사정이 판이하다. 일단 전 정권의 최순실 사태를 계기로 청와대와 정부는 재계와의 연결고리를 끊었다. 따라서 청와대나 정부가 주도하는 경제사절단이 아니라 철저히 기업들 스스로 사절단을 꾸리고 준비했다.

그리고 기업들은 이번 미국 방문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고 미국에서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은 무역적자 해소에 팔을 걷어붙였다. 그리고 미국을 상대로 큰 흑자를 내는 국가를 타깃으로 삼았다. 한국은 당연히 순위권에 포함돼 있다.

트럼프 정부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시사했고,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서는 고율의 관세와 안보를 근거로 한 수입금지 조치로 공세를 가했다. 세탁기에 대해서는 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과징금 부과 또는 수입제한 카드를 들먹이고 있으며 태양광 전지와 패널에 대해서는 반덤핑 조사를 예고했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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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맞아 韓경제인 대거 방미

美 투자 이끌어 트럼프 비위 맞추고

FTA 재협상에 유리한 포석 찾아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일자리를 줄이는 해외 기업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고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무역적자 줄이기 전면전에 나섰다. 우리 기업들로서는 국익도 국익이지만, 당장 미국 사업의 생존을 위해 분투해야 할 판이다.

문 대통령이 미국 땅을 밟는 6월 28일(현지 시간) 첫 행사가 바로 한·미 양국 기업인들과의 만남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한시라도 빨리 만나서 나흘의 순방 기간 동안 더 많은 일을 해결해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됐다.

기업 활동을 지휘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아직 장관이 공석이어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에 참석하지 못한다. 청와대 경제수석도 없다. 이런 공백 속에서 기업들은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사드 논란,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 대북정책 기조 차이로 인한 한미동맹 약화 우려 등으로 외교·안보 이슈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정상마저도 경제와 비즈니스 이슈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는 뜻이다.

한·미 FTA가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하고 한국의 대미국 수출이 무리한 것이 아니며 미국인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겠다는 것으로 설득하고 안심시켜야 할 임무가 정부가 아닌 기업들의 몫이 된 셈이다.

미국 내 한국 여론이 악화되면 한국 기업과 제품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호감이 반감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런 험난한 파고를 이번 경제사절단이 헤쳐 나가야 한다.

일단 주요 대기업들은 미국과의 우호와 친선을 과시할 투자 계획을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기회에 구체적인 미국 가전공장 설립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현대자동차는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추가 투자 계획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은 미국산 원유와 셰일가스 수입을 확대해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 완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LG전자는 자동차 배터리 분야 투자를 검토하고 가전과 전자장비, 스마트폰 분야에서 미국 기업과의 협력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미국의 압박, 정부의 무관심이라는 이중고 속에 새로운 살 길을 찾아 미국으로 떠나는 한국 기업들의 어깨가 무겁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letsw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14호 (2017.06.28~07.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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