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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기자수첩]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기대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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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블랙리스트는 헌법위반이자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다시는 블랙리스트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취임 일성이다. 도 장관은 취임과 함께 전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지원배제명단) 사태와 관련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출범을 공식화했다. 그리고 취임 10여일이 지난 지난달 30일 사전준비팀(TF)을 발족했다.

TF는 문체부 예술정책관을 포함해 분야별 과장급 등 6명과 문화현장에서 활동 중인 10명의 민간인으로 꾸렸다. 사전단계부터 예술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복안이지만 문화예술계에선 기대만큼 우려의 시선도 많다.

민간인을 포함했다고 하더라도 문체부 현직 공무원이 주도하는 진상조사위가 진실을 제대로 밝힐 수 있겠냐는 의심이다. 문화예술계는 국정원 등까지 광범위하게 얽혀 있는 블랙리스트 문제를 근본적으로 파헤치려면 대통령 직속 범정부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지만 현재 논의 단계로 일각에선 불투명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렇게 되면 앞서 감사원이 문체부 산하기관에 대해 실시한 블랙리스트 관련 감사결과보다 더 나은 해법이 나오기 힘들다는 게 문화예술계의 시각이다. 실제로 감사원이 내놓은 결과는 기존에 언론과 국회 청문회, 검찰조사 등을 통해 확인된 내용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관련자 처벌도 약해 오히려 블랙리스트를 실행한 문체부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의 관련자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예술계는 정부와 별개로 블랙리스트에 대한 자체 진상규명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의 반목과 갈등도 적지 않다. “재발방지를 위해 관련자 책임을 철저히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부역자 징벌만이 답이 되어선 안된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블랙리스트 실행의 주무부처였던 문체부가 감사원이 그랬던 것처럼 어설픈 결론과 봉합으로 사태를 마무리하려 한다면 오히려 문화예술계의 좌절과 불신은 커질 것이다.

책임자 처벌이나 재발 대책을 내놓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일련의 과정이 만들어내는 결과가 문화예술계를 다시 뭉치게 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희망을 보여줘야 문화예술계가 문체부 주도 진상조사위원회에 갖는 우려를 기대로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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