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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문체부, 상영·배급 겸영금지, 스크린 점유율 제한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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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독립영화 등 의무상영도 추진



문화체육관광부가 30일 영화산업계의 대표적 불공정 사례로 꼽혀온 ‘상영·배급 겸영’을 금지하고 특정 영화의 상영 비중을 규제하는 등의 독과점 제재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동안 이런 방안에 미온적이던 문체부가 태도를 바꾼 것이어서 실행 여부가 주목된다.

문체부는 이날 서울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열린 ‘영화산업 독과점 개선방안’ 간담회에서 △배급·상영 겸영 금지 △스크린 점유율 제한(특정 영화를 일정 비율 이상 상영 못 하게 규제) △마이너리티 쿼터제(독립영화·예술영화 등을 일정 비율 의무 상영) 등의 규제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런 독과점 제재안은 그동안 영화계가 불공정한 경쟁 환경을 개선하고, 다양한 영화의 제작 환경을 보장하라며 줄기차게 요구해온 내용들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6년 한국영화산업결산’ 자료를 보면, 영화상영 시장에서 씨제이 씨지브이(CJ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3대 상영사의 스크린수 점유율이 92.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3대 상영사가 전체 상영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96.1%에서 지난해 97.1%로 증가했다. 또 롯데, 씨제이, 쇼박스, 뉴 등 4대 배급사가 매출 기준으로 한국영화 배급시장에서 77.1%를 점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씨제이는 지난해 영화제작사인 제이케이(JK)필름을 인수해 영화 제작-배급-상영을 모두 담당하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했고, 롯데 역시 배급과 상영을 겸영 중이다. 영화산업의 수직계열화는 특정 상영관이 계열사가 제작하거나 배급한 영화를 밀어주거나, 경쟁 회사가 배급한 영화의 상영을 제한하는 등의 불공정한 행위가 발생할 소지가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영진위의 결산 자료를 보면, 지난해 씨지비는 전체 좌석의 15.7%를 씨제이 이앤엠(CJ E&M)이 배급한 영화에 배정했고, 롯데시네마는 롯데엔터테인먼트에 전체 좌석의 10.7%를 할당했다. 이는 씨제이 이앤엠과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한 영화들이 전체 영화관 좌석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15.3%와 8.2% 보다 높은 점유율이다. 지난 4년간 자료를 봐도, 매해 상영사들은 계열사가 배급한 영화를 전체 평균 보다 높은 비중으로 상영했다. 하지만 씨제이와 롯데 등 배급-상영사들은 자사 영화 몰아주기 주장이 근거가 없으며 배급·상영 겸영을 포기할 경우 해당 산업이 외국기업에 넘어갈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1일 씽크탱크인 ‘미래산업전략연구소’에 ‘영화산업에 대한 시장 분석’ 용역 연구를 맡긴 상태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배장수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상임이사는 “이전 정부도 영화산업의 독과점 구조를 인식하고 있었지만 이 문제를 법적인 규제로 개선한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날 문체부가 전향적으로 추진 의사를 밝힌 제재안들은 지난 20일 부임한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국회의원으로서 대표발의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주요 내용과도 일치한다. 당시 개정안에는 배급·상영 겸영 금지 이외에 ‘복합상영관에는 동일한 영화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비율 이상 상영하여서는 아니 된다’, ‘복합상영관에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인정한 예술영화 또는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전용상영관을 한 개 이상 지정’하고 ‘예술영화 또는 독립영화를 연간 상영일수의 100분의 60 이상 상영하여야 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 후보도 같은 달에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두 법안은 올해 2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된 이후 추가 논의가 없는 상태다. 다만 국회 입법조사처는 올해 2월 발간한 두 법안의 검토보고서에 “만약 겸영 구조하에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가 있다면,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규제할 수 있는데도 겸영 자체를 금지하도록 하는 것은 방법의 적절성 및 피해의 최소성 측면에서 어긋날 소지가 있어 보인다”며 “국제통상 측면에서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규정하는 간접 수용에 해당될 여지가 있어 이에 따른 국가와 해외투자자 간의 소송 가능성도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간접수용이란 특정 정부조치로 인해 외국 투자자가 사실상 영업을 할 수 없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하지만 미국 연방대법원은 1948년 파라마운트 등 영화 제작사들이 제작, 배급, 상영을 수직적으로 통합한 것이 독점금지법 위반이라고 판결한 바 있어 독과점 제재안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프랑스에도 복합상영관이 영화 한 편을 전체 스크린의 30% 이상 상영되지 못하는 규제가 있다.

이날 국정기획위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이우성 문체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을 비롯해 배우 문성근씨, 심재명 명필름 대표,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 등 영화계 인사들이 두루 참석했다. 국정기획위에선 오태규 사회분과 자문위원과 최민희 경제2분과 자문위원이 간담회를 주관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법 개정이 필요한 제재 방안 이외에 영화진흥위원회 산하 공정환경조성센터의 기능을 강화하고, 문체부 장관에게 조사권을 부여해 경쟁환경을 상시적을 감독하는 방안 등도 함께 논의됐다.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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