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보 설치 후 낙동강 하류 어민 빈 그물에 ‘한숨’
지난 23일 경남 김해시 대동면 앞 낙동강에서 한 어민이 배에서 빈 그물을 끌어올리고 있다. 어민들은 “4대강 사업 이후 물고기 서식 환경이 악화되면서 어획량은 거의 제로 수준”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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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전 10시 낙동강 하류인 경남 김해시 대동면 초정리. 내수면 자망어민 한희섭씨는 빈 그물을 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며칠째 헛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전날 쳐놓은 그물엔 붕어 1마리만 걸려 있었다. 또 다른 그물에는 자라 1마리가 전부였다.
한씨는 “배가 흰색인 걸 보니 부처님오신날 방생한 놈이다. 낙동강 하구에서 자생하는 자라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이 고속도로처럼 바뀌면서 수초가 없어지자 강바닥이 썩고, 녹조가 창궐하면서 물고기가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부산의 낙동강 하구언에서 상류 방향으로 덕산정수장, 창녕함안보, 합천창녕보를 지나 경북 고령군 우곡면 포리 우곡교에 이르기까지 강물은 녹조현상으로 초록빛을 띠고 있었다.
고령의 농민 곽상수씨는 “가뭄 때문에 지천의 오염원이 적게 유입돼 그나마 녹조가 덜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농민은 “낙동강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농가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며 “수량보다는 수질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경남 함안군 칠북면 창녕함안보사업소에서는 ‘보(洑) 개방 모니터링 민관협의체 1차 회의’가 열렸다. 낙동강 보 상시 개방으로 인한 환경변화, 시설피해 등에 대비하고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의 보 개방 모니터링 추진 현황, 수자원공사의 보 개방 현황, 농어촌공사의 양수장 관리 현황 설명이 끝나자 회의에 참석한 교수, 환경단체, 어민, 농민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교수들과 환경단체는 ‘물관리의 환경부 일원화’를 주장했다. 어민들은 4대강 보의 ‘찔끔 개방’에 불만을 터뜨렸다.
“대대로 어민으로 살았다. 4대강 사업으로 물고기 80%가 사라졌다. 물이 완전 썩었는데 누가 물고기를 사느냐. 돈을 못 버니 아들이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부사관으로 군대에 갔다. 못 배운 거 대물림하는 그 심정을 아느냐.”
밀양에서 온 한 어민이 울음 섞인 목소리로 분통을 터뜨렸다. 이 어민은 “4대강 사업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어민”이라며 “강은 유유히 흘러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보 개방 수준으로는 생태계 복원을 기대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농어촌공사가 “양수제약수위 등을 파악 중”이라고 설명하자 박재현 인제대 교수는 “대통령 공약인데도 일선에선 아직까지 대책이 없다.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며 “물관리 일원화가 이뤄지지 않아 발생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주기재 부산대 교수는 “보 개방과 가뭄지역은 완전히 차이가 난다. ‘가뭄인데 물을 빼냐’는 식의 논리는 본질 왜곡”이라고 말했다. 임희자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은 “모니터링은 민관이 함께해야 한다. 구색 맞추기식이 안되도록 농어민의 참여 폭을 넓히라”고 요구했다.
창녕에서 온 어민은 “강바닥이 썩어 있다.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그 물을 식수로 먹는다. 창녕함안보 20㎝ 낮춘다고 수질이 개선되느냐”며 ‘찔끔 개방’을 비판했다. 또 다른 어민은 “정부는 4대강 사업 전후의 수중 생태계 자료가 없어 비교하지 못한다. 어민에게 물어봐야 한다. 그러나 4대강 사업에서 어민을 철저히 배제했듯이 지금도 어민에게 일언반구도 없다”고 말했다.
<글·사진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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