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양만안경찰서 우정훈 경장, 여장으로 마약사범 5명 붙잡아
우슈 3단의 무도인이지만 키 170㎝, 62㎏의 체격 내세워 여장
사비 털어 여성용 속옷과 가발, 미니스커트 등 구입하는 열정도
'무슨 여장이냐' 의심하던 동료들도 민원인으로 착각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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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양만안경찰서 형사과 소속 우정훈 경장이 실제로 여장을 한 모습 [사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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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이 여성에게 A씨(47)가 접근했다. "내가 연락한 사람입니다." 돌아선 여성은 A씨를 향해 살짝 미소를 짓는가 싶더니 갑자기 팔을 잡아 제압하기 시작했다.
"A씨. 당신을 마약류 관리법 위반혐의로 현행범 체포합니다."
입을 연 여성에게선 굵직한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성매매할 여성을 찾는 마약 투약자를 찾기 위해 변장한 경찰관이었다.
A씨의 몸을 수색하자 18g(200만~300만원 상당)의 필로폰이 발견됐다. 60명이 한 번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경찰 조사 결과 3개월 전 출소한 A씨는 교도소 동료의 지인에게 받은 필로폰을 2차례에 걸쳐 투약하고 몸에 지니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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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양만안경찰서 형사과 소속 우정훈 경장이 실제로 여장을 한 모습 [사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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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스마트폰 채팅 앱으로 성매매할 여성을 찾던 그는 여장을 한 경찰에게 붙잡힌 것이다. 경찰은 A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마약사범을 잡기 위해 여장을 한 경찰관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바로 경기도 안양만안경찰서 형사과 형사2팀 소속의 우정훈(32)경장이다.
그가 지금까지 여장을 해 붙잡은 마약사범만 5명이나 된다.
우 경장이 여장을 하게 된 사연은 이렇다. 앞서 경찰은 지난 2월 마약 투약자들이 스마트폰 채팅 앱을 통해 성관계를 할 대상을 구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실제로 앱에 접속을 하니 마약을 뜻하는 은어와 성관계할 대상자를 찾는 글이 많았다.
채팅 앱을 통해 여성인 척 이들에게 접근하는 것은 쉬웠다. 하지만 검거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이들이 인근에 자리를 잡고 있다가 실제로 여성이 왔는지 확인하는 치밀함을 보였기 때문이다.
다 잡은 고기를 계속 놓치는 상황이 되자 경찰은 여성 경찰관을 현장에 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여경이 형사과 전체에 1명 뿐인데다 마약사범과 홀로 맞서야 하는 위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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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슈 3단의 무도인인 우정훈 경장은 평소 킥복싱 등으로 몸을 단련해 왔다. 전국체전 등에서 입상한 모습.[사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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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구세주로 등장한 사람이 우 경장이었다. 키 170㎝, 몸무게 62㎏의 가냘픈 체격이라 여장이 가능했다.
하지만 처음엔 경찰서 내부에서도 우 경장의 여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았다고 한다. "누가 여자라고 믿겠냐"고 우려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 경장은 우슈 3단의 무도인이다. 경찰관이 된 2011년 이후에는 킥복싱으로 자신을 단련해왔다. 연간 서너 차례씩 지금껏 20회 이상 대회에 출전했고 입상한 횟수도 10회가 넘는다. 전국체전에선 2개의 은메달을, 국가대표선발전에서도 은메달을 땄다.
모두의 우려에도 우 경장은 사비를 털어 여성용 속옷과 블라우스, 짧은 미니스커트 등을 구입했다. 여기에 스타킹에 하이힐도 신었다.
긴 웨이브 머리 모양의 가발까지 착용하고 나타난 우 순경은 영락없는 여자였다. 일부 직원은 여장을 하고 경찰서로 들어온 우 경장에게 "어떻게 오셨냐?"고 묻기도 했다고 한다.
한 경찰 관계자는 "형사차량에서 어떤 여성이 내려서 사건 관련자인 줄 알았는데 우 경장이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털어놨다.
여장은 마약사범들에게도 통했다. 성매매할 여성인 줄 알고 우 경장에게 접근했던 이들은 모두 한 방에 제압됐다.
우 순경은 "처음엔 여장을 한다는 게 부끄러웠는데 동료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더무 뜨겁고 응원도 많이 해줘서 용기를 내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우 경장의 활약상을 공식 페이스북(www.facebook.에 올려 홍보할 계획이다.
안양=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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