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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전국 법관회의 상설화…양승태 전격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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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양승태 대법원장(사진)이 28일 '전국법관대표회의(판사회의) 상설화' 등 지난 19일 전국법관대표회의(이하 법관대표회의)가 의결한 사법부 개혁안을 전격 수용했다. 일선 판사들이 중심이 되는 기구를 대법원장이 수용한 것은 사법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28일 양 대법원장은 법원 내부 통신망을 통해 공개한 입장에서 "향후 사법행정 전반에 대해 법관들의 의사가 충실히 수렴·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서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상설화하자는 결의를 적극 수용·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평소 법관들이 사법행정에 더욱 광범위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투명성을 제고하고 추진력을 배가시킨다고 느꼈다"며 수용 배경을 설명했다. 이로써 지난 3월부터 계속된 사법부 내 개혁 논의가 일단락될지 관심사다.

대법원은 최근 국회가 주도하는 사법평의회 등 '외부로부터의 개혁' 시도가 본격화하면 사법권 독립 침해·훼손 우려가 높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판사들이 요구하는 '내부로부터의 개혁안'을 통해 사법부 독립만큼은 지켜내겠다는 절박함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국회에서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법평의회 설치는 법관 인사 등 주요 사법 행정에 국회 다수 세력의 개입을 제도적으로 보장해 사법권 침해, 사법의 정치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무엇보다 판사회의 상설화를 통해 일선 판사들의 다양한 개혁 요구가 사법부 안에서 논의되고 수용돼야 한다는 생각에 따라 이 같은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법관대표회의가 의결한 판사회의 상설화에 대해서는 '판사 노조'라는 비판이 있지만 이를 제도화하는 과정에서 우려되는 문제점들도 함께 검토될 전망이다.

양 대법원장도 "법관대표회의에서 충분한 논의를 통해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합리적인 법관회의의 모습을 제시해줄 것을 기대한다"며 "세부적인 내용과 절차 등에 관해 앞으로 법관회의와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법관대표회의에서 결의한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 권한 위임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미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이인복 전 대법관)가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지난 27일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위원장 전효숙 전 헌법재판관)도 블랙리스트를 거론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조사위 조사 결과를 수용했다.

양 대법원장은 "충분하고 구체적인 법적·사실적 근거도 없는 상태에서 법관이 사용하던 컴퓨터를 열어 조사한다면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법관대표회의 측에 판사 승진·근무평정 등 인사 제도를 포함한 제도 개선 전반을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태와 관련한 책임자 문책에 대해서도 윤리위가 권고한 대로 후속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법관대표회의 관계자는 사법개혁안 수용 방침에 대해 "회의 대표들과 전체 판사들의 의견 수렴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관대표회의는 상설화 추진을 전담할 소위원회를 구성한 상태다. 법관대표회의 측은 이날 '상설화 소위원회' 위원장으로 서경환 서울고법 부장판사(51·21기)를 선출했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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