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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여전히 '모르쇠' 김기춘 "블랙리스트 모른다·기억 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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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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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관리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자신은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모르고 그런 지시를 내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수사 과정에서부터 줄곧 배제 명단의 존재를 부인한 김 전 실장은 1심 심리가 끝나는 시점까지도 기존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김 전 실장은 오늘(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 심리로 열린 속행 공판의 피고인 신문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배제 명단을 만들어 적용한 게 사실이냐"고 묻자 "그런 사실 자체를 재임 중에 알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김 전 실장은 "저는 명단을 만들고 이걸 내려보내서 적용하는 그런 과정에 대해 누구로부터 보고받거나 명단을 본 일이 없기 때문에 재임 중엔 그런 일을 알지 못했다"고 부연했습니다.

'블랙리스트'라는 용어는 물론 '배제 명단'이란 말도 듣지 못했다는 게 김 전 실장의 주장입니다.

김 전 실장은 문체부 1급 공무원들의 사직 강요 혐의에 대해서도 "1급 공무원들의 사표를 받으라고 종용한 일도, 지시한 일도 없다. 그분들의 사직을 강요하거나 종용할 하등의 이유나 동기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전 실장은 또, 특검이 국정원에서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좌편향 단체 비판 보고서 등을 보여주자 "3∼4일 전 모임도 잘 기억이 안 나는데 팔십 먹은 노인이 3∼4년 전 문서를 기억할 수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김 전 실장은 '민간단체 보조금 TF'의 운영 사실도 "몰랐다"며 "청와대 각 수석실에서 서로 의견을 교환하거나 협업하는 일이 자주 있어서 실무진끼리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TF 관련 내용이 "저뿐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도 보고되지 않았다고 확실히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전 실장은 다만 자신이 수석비서관들과의 회의에서 한국 사회의 좌편향 문제를 걱정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김 전 실장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종북 좌파가 상당히 힘을 받았다, 사회가 좌경화돼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얘기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저는 소위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우월성,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에 대해 강한 생각을 하는 게 사실"이라며 "우리 체제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많이 강조했다"고 부연했습니다.

김 전 실장은 특검이 "문체부 내에서는 블랙리스트 업무를 담당한 직원들이 너무 힘들다며 다른 부처에 보내달라고 한 경우도 있다는데, 이건 누구 지시 때문인가"라고 묻자 "그건 제가 모르겠고, 문체부 직원들이 그렇게 힘들었으면 장관이 책임지고 해결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검이 "결국 장관 잘못이란 말이냐"고 묻자 "각 부처의 최고 책임자는 장관이니까 그 책임 하에 모든 일을 해야 한다, 권한과 책임이 함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진술을 방청석에서 듣던 한 여성은 "뭘 몰라! 거짓말하지 마세요!"라고 소리치며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재판장의 퇴정 조치에 따라 법정을 나간 이 여성은 자신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말하며 "그렇게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만들고도 계속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류란 기자 peacemake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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