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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긴 생머리에 훤칠한 미녀 알고 보니···.' 마약사범 잡는 '킥복서 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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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긴 생머리에 훤칠한 미녀 알고 보니···.' 마약사범 잡는 '킥복서 형사'


뉴시스

'긴 생머리에 훤칠한 미녀 알고 보니···.' 마약사범 잡는 '킥복서 형사'


지난 2~4월 마약사범 수사 위해 여장 자원···마약사범 SNS 통해 만나 체포

범인 검거, 몸 관리 위해 킥복싱으로 몸 다져···각종 대회에서 입상하기도

【수원=뉴시스】김지호 기자 = "처음에는 여장하는 게 부끄러웠는데, 주변에서 응원을 많이 해서 용기가 났어요."

경기남부경찰청에는 범인 검거를 위해 긴 머리 가발과 치마, 굽 높은 하이힐까지 신고 범죄현장을 누비는 여장 형사가 있다.

얇은 다리에 긴 생머리, 뒷모습은 어엿한 미녀의 모습이지만 격투기 대회에 20차례 이상 참가해 전국체전 은메달도 목에 걸었던 베테랑 형사다.

경기남부경찰청 안양만안경찰서 소속 우정훈(33) 형사는 경찰 생활에 뛰어들기 전부터 운동으로 몸 관리를 해왔다.

형사 생활에 몸을 담은 뒤에도 범인 검거와 체력관리를 위해 본격적으로 킥복싱을 시작했고, 체력관리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과의 도전을 위해 킥복싱 대회에도 참가했다.

탄탄한 근육질로 다져진 우 형사는 지난해 한 지자체 주관으로 열린 격투기 대회 63㎏급에서 당당히 1등을 차지하는 등 20차례 이상 참가했던 격투기 대회에서 절반 이상은 입상했다. 심지어 국가대표 선발전에도 참가해 은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이런 그가 여장하게 된 이유는 단순했다. 지난 2~4월 이뤄진 마약사범 수사에 여경이 없는 탓에 범인 검거에 어려움을 겪자 여장에 자원하게 된 것이다.

긴 생머리 가발과 여자 속옷, 치마, 구두를 착용한 우 형사는 걸음걸이도 여성스럽게 연습했고, 172㎝의 키의 여장한 모습을 멀리서 봤을 때는 훤칠한 미녀로 깜빡 속을 수밖에 없었다.

우 형사의 여장 모습을 본 동료 직원은 "형사차량에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착용한 여성이 타고 있어 사건 관련자인 줄 알았다가, 나중에 우 형사였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 받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여장한 우 형사를 보고 민원인으로 오해하고 방문 목적을 묻기도 했다.

우 형사는 여장한 모습으로 마약류 범죄 집중단속 기간에 현장을 누볐다.

수사팀은 마약사범들이 SNS 등 익명 채팅을 이용해 성관계 목적으로 여성을 만난 뒤 마약범죄를 한다는 첩보를 입수해 범인 검거에 나섰고, 우 형사는 마약사범과 1:1로 만나 현장에서 체포하는 역할을 맡았다.

전화가 아닌 익명 채팅을 통한 접선이 이뤄지면서 우 형사의 여장은 들통나지 않았고, 약속 장소에 나타난 우 형사의 이 같은 여성 모습에 의심없이 마약사범들이 접근하게 됐다.

성관계를 기대하고 나타난 마약사범들은 키가 훤칠한 여성의 목에서 나오는 굵직한 남성 목소리에 놀랄 새도 없이 몸 곳곳에 있는 털과 수갑을 꺼내는 우 형사의 모습에 얼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우 형사의 수사팀은 마약류 범죄 집중단속 기간에 체포한 20여명의 범인 가운데 5명을 이런 방식으로 붙잡았다.

우 형사는 "마약사범을 어떻게 잡을까 고민하다가 여장이라는 방법을 생각했다"며 "앞으로도 수사에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 여장을 하고 수사에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kjh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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