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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가뭄으로 농심 타들어가는 것도 모르고…지방의회 의원들은 해외연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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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가뭄으로 농민들의 마음이 타들어가고 있는데도 지방의회 의원들이 앞다퉈 외유성 해외연수에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28일 충북도의회 등에 따르면 영동군의회 의원 7명과 의회사무과 직원 4명은 인도의 농업정책과 농업용수 공급시스템 등을 둘러본다는 명목으로 지난 24일 출국했다.

8명의 군의원 중 1명만 건강 문제를 들어 불참했다.

5박7일짜리 이 연수에는 2560만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이들의 방문지역은 델리·자이푸르·아그라 등 인도의 대표적 관광도시다.

시청과 의회, 고아원 방문 일정이 있지만, 구색 맞추는 수준에 불과하다.

영동군은 도내에서도 가뭄이 심한 지역 중 한 곳이다.

올해 내린 비가 186.2㎜로 전년(282.2㎜)의 66%에 머물면서 학산면 하시마을 등은 군청에서 떠다 주는 물을받아 생활할 정도로 고통이 심하다.

임대경 영동지방자치참여연대 회장은 "최악의 가뭄으로 군민 전체가 힘들어하는데, 민의를 추슬러야 할 군의원들이 외유성 해외연수에 나선 것은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행동"이라며 말했다.

충북도의회 산업경제위원회 소속 도의원 4명도 가뭄이 절정이던 지난 23일 의회사무처 직원 3명을 동반한 유럽 연수에 나섰다.

11일간 이뤄지는 이번 연수는 프랑스 신재생 에너지와 곤충산업 현장, 스위스 치즈 공장, 이탈리아 와이너리 등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진행된다.

이 연수에는 도비 4480만원이 드는데, 의원들은 이 중 6.3%인 280만원을 자부담했다.

청주시의회 재정경제위원회는 다음 달 5∼13일 보스니아·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오스트리아를 잇는 발칸 4국 연수에 나선다.

이번 연수에는 의원 7명이 1인당 250만∼316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참가한다.

이들의 방문지도 논란거리다.

동유럽의 행정제도를 살피고, 전통시장과 골목시장 활성화 방안을 모색한다는 연수 목적과 달리 관광지를 돌아보는 일정이 대부분이다.

말이 좋아 연수지, 여행사에서 파는 패키지 여행상품과 다를 게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보다 앞서 단양군의회는 지난 7∼13일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연수한 바 있다.

오창근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회문화국장은 "관광성 해외연수가 지방의원 임기를 1년 앞두고 다시 고개 드는 듯해 안타깝다"며 "서민경제가 움츠러들고 최악의 가뭄이 겹친 상황 등에서 연수는 주민들에게 눈총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주=김을지 기자 e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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