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6 (일)

삼성 재판인데… 매번 등장하는 SK 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SK-SK C&C 합병 재조명, 특검 "SK와 다른 국민연금 결정은 청와대 외압"

국민연금 "SK 결정 당시 비판 많아 삼성 안건 더 심도있게 논의"

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최순실 뇌물'관련 3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6.27/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이재용 재판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 중 하나가 SK다. 삼성 재판에 SK가 빈번히 등장하는 이유는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을 두고 찬성으로 의결권을 행사한 국민연금결정에 청와대 압력이 있었는지가 이 재판의 핵심 쟁점이기 때문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반 결정을 위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가 열린 과정에 청와대의 외압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당시의 특수한 상황이 만들어낸 '불가피한 결정'으로 외압은 결코 없었다고 맞서고 있다.

삼성 합병과 비교대상 된 SK합병

관련 재판에서 2015년 6월 ㈜SK와 SK C&C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반대' 결정이 자세히 다뤄지고 있다. 특검과 삼성 측 모두 SK 합병 건에 오랜 시간을 할애하며 '디테일' 하나하나를 다투고 있다. 이처럼 SK건을 미세하게 들여다보는 이유는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과정이 특검 주장처럼 정말 '이례적'이었는지, 삼성 주장처럼 '정상적'이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SK 합병 건이 비교대상이 된 것은 삼성물산 합병 직전에 있었다는 점과 대주주의 지분이 높은 계열사와 그렇지 않은 계열사간 합병이라는 점에서 일부 유사한 점이 있단 이유에서다.

특검은 SK 합병 건을 외부인사로 구성된 전문위원회에 부의해 '반대' 결정이 나왔다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특검의 청와대 외압 의혹은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역시 민감한 사안이므로 SK 건과 동일하게 전문위원회에 올라갔어야 하고, 반대 결정이 나왔으리란 가정에서 출발한다. 청와대가 전문위원회에 올리지 못하게 압력을 행사해 투자위원회에서 결정됐고 그 결과 반대가 아닌 찬성으로 결론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국민연금 내부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당시 책임자였던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나 채준규 국민연금 전 리서치팀장(현 주식운용실장) 등 국민연금 핵심 관계자들은 원칙대로 했을 뿐 외압은 전혀 없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국민연금 내규에 따르면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투자위원회는 본부장을 포함해 8명의 기금운용본부 실장과 본부장이 지명하는 3명의 기금운용본부 팀장으로 구성하는 의사결정기구다. 국민연금기금운용지침 제5조와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운영규정 제21조에 따르면 개별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는 (내부 기구인) 투자위원회가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투자위원회에서 찬반 판단이 곤란할 경우에 전문위원회에 결정을 요청한다고 규정돼있다. 이에 따라 2006년 전문위 설립이후 2015년 5월까지 기금운용본부가 처리한 60개의 개별 기업 합병안에 대한 찬반 결정은 모두 투자위원회에서 확정됐다.

기금운용본부는 2015년 7월10일 투자위원회에서 과반수인 7명 이상이 찬성하지 않으면 의결권 행사안건을 외부인사로 구성된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넘길 예정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일 투자위원회에서 합병안이 '찬성'으로 결론나면서 국민연금은 의결권전문위원회 회의절차 없이 합병안에 찬성했다.

국민연금 측은 전문위원회에 올라간 합병 관련 안건은 삼성물산 합병(7월)전인 6월 ㈜SK와 SK C&C 합병안 처리가 유일했기 때문에 특검 주장처럼 SK건을 기준삼아 다른 사례를 '이례적'이라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SK와 SK C&C 합병반대했는데 주가 올라…국민연금의 딜레마

시간을 되돌려보면 SK 건은 삼성 건 결정을 앞둔 국민연금에 큰 스트레스로 작용했다.

SK 합병 건의 경우 예상과 달리 전문위가 반대 의견을 내놓자 기금운용본부 측은 당혹스러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의결권 전문위 결정에 따라 SK 주총에서 반대표를 행사했다. 하지만 두 회사의 합병은 원안대로 승인됐다. 최태원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SK와 SK C&C 지분율이 높아 국민연금의 반대표가 주총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기금운용본부는 비판에 직면한다. 반대표를 던진 만큼 국민연금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일관된 행동이다. 하지만 합병 효과로 두 회사 주가가 상승했고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을 웃돌았다. 만약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오히려 '손해'를 봐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당시 언론에서는 '결과에 책임지지 않는 외부 민간 자문위원들이 합병 같은 주요 경영사안을 판단하는 게 무책임하다'거나 '국민연금이 책임을 회피했다'고 비판했다.

SK와 삼성물산 합병 건 모두에 핵심 실무진으로 관여했던 채준규 리서치팀장 역시 지난 27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SK 합병을 두고 전문위 논의 당시 전문위원들이 의사결정하는 것을 보면서 걱정을 많이 했었다"며 "앞으로 이런 식으로 하면 국민연금에 발생할 수 있는 손실과 책임은 국민연금이 져야 하는데 책임은 국민연금이 지고 결정은 책임이 따르지 않는 외부인사들이 하는 등 책임과 결정이 분리돼있어 우려했다"고 증언했다.

홍 본부장과 채 팀장 등은 전문위원회의 SK 합병 반대 결정이 국민연금의 수익이 아니라 공정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에 당황했고 걱정이 컸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당시 언론에서도 '눈치보는 국민연금…SK-SK C&C 합병 찬반, 민간위에 떠넘겨' 등의 비판적인 보도가 주를 이뤘다. 국민연금 수익성에 직결되는 중요 결정을 책임이 따르지 않는 외부인사들이 결정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기업 합병과 같은 중요 경영안건을 비전문가들로 구성된 민간위원회에서 다루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경제계의 일관된 지적이었다.

국민연금은 SK C&C와 ㈜SK의 합병비율(1 대 0.74)이 SK C&C의 대주주인 최태원 회장 일가에 유리하게 책정됐다는 비판을 부담스러워 했고 이에 따라 전문위로 결정을 넘겼다. 최 회장 일가는 SK C&C 지분 49.35%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SK 지분율은 0.04%에 불과하다. SK 측은 자본시장 관련 법률에 따라 기간별 시가를 가중 평균해 합병 비율을 산출한 만큼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당시 SK에 대한 전문위 결정에 언론이 주목한 이유는 다음달로 예정된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관련 결정을 가늠해볼 수 있어서이기도 했다. SK 건 이후 국민연금과 보건복지부 내부에서도 갑론을박이 있었다. 이때문에 삼성물산 건을 SK처럼 전문위에 부의할지, 투자위원회에서 자체 결정할지를 두고 복지부와 국민연금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복지부가 국민연금에 '투자위에서 먼저 심도있게 논의하라'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검은 이 말을 청와대 압력의 핵심 정황으로 보고 있다.

삼성물산 합병과 다른 점

삼성 측은 삼성물산과 SK건은 사안과 쟁점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SK 합병에선 국민연금의 지위가 영향력 행사가 어려운 소수주주 정도에 그쳐 망설임 없이 의결권 행사 권한을 전문위에 위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삼성물산 합병은 상황이 달랐다. 헤지펀드 엘리엇의 공격으로 국민연금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11.21%는 합병 성사를 좌우할 캐스팅보트였다.

23조원에 달하는 삼성그룹 포트폴리오도 고려대상이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에만 집중해 사안을 볼 수 없었다. 이에 대해 홍완선 전 본부장은 지난 21일 재판에서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뿐 아니라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주식 23조원어치를 보유하고 있었다"며 "합병이 무산되면 삼성물산 제일모직뿐 아니라 삼성전자 등 다른 삼성 계열사들 주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고 증언했다.

채 팀장 역시 "삼성 합병이 무산된다면 주가가 하락해 국민연금 지분가치가 2500억~3000억원 상실되고 주가가 추가하락할 위험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당시 전문위 위원을 지낸 박창균 중앙대 교수는 증언대에 올라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이 철회됐다면 시너지가 그만큼 빠지는 거니까 주가가 하락하겠지만, 그로 인해 삼성전자 주가가 심하게 영향 받는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seeit@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