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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울산 산재모병원 건립 4년째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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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0개 산재병원의 컨트롤타워로… 정부가 울산시에 건립 약속

KDI 예비타당성 조사 발표 미뤄지고… 이번엔 여당서 “대학병원급 돼야” 딴죽

동아일보

정부가 울산시에 짓기로 한 산재모(母)병원이 4년째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발표가 늦어지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전 정부의 공약’이라며 산재모병원 건립 백지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산재모병원은 전국 10개 산재(産災)병원의 컨트롤타워(어머니) 역할을 하는 병원이다. 산업재해에 특화된 의료시스템을 갖춰 중증 외상환자 치료와 회복에 전념한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2014년 1월 근로자 밀집지역인 울산에 산재모병원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사업비 4268억 원을 들여 울산 울주군 언양읍 UNIST(울산과학기술원) 캠퍼스 남쪽 12만 8200m²에 2020년까지 500병상 규모로 건립하겠다는 것. 역대 대선후보의 울산지역 단골 공약이 실현되는 듯했다.

그러나 예비타당성조사가 발목을 잡았다. 기획재정부로부터 타당성조사를 의뢰받은 KDI는 비용 대비 편익이 낮게 나온다며 사업규모 축소를 고용부와 시에 주문했다. 지난해 1월까지 세 차례나 사업 규모가 줄어든 이유다. 병원 면적과 사업비, 병상 수가 당초보다 60%가량 줄어들었다. 그러나 KDI의 예비타당성조사 결과는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통상적으로 타당성조사에는 6개월이 걸리는 것에 비하면 매우 늦은 셈이다.

예비타당성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는 와중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기소에 이어 대선 정국으로 돌입하면서 사실상 산재모병원은 물 건너가는 듯했다. 그러나 4월 11일 울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민주당 울산비전선포식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는 “산재와 복합재난 응급치료부터 재활시설까지 갖추고 시민과 산재노동자에게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병원을 울산에 건립하겠다”고 공약했다. 혁신형 공공병원이라고 불렀지만 사실상 기능과 역할은 같아 시는 산재모병원 건립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대선이 끝나자 이번에는 민주당 울산시당이 딴죽을 걸고 나섰다. 울산시당은 “200병상 규모의 산재모병원은 요양병원 수준”이라며 “산재모병원 기능이 포함된 대학병원급 혁신형 공공병원 건립을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건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UNIST에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설치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학병원 개원의 전제가 되는 UNIST 의전원 설치를 위해서는 관련법이 제정돼야 하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정부가 울산과학기술원으로 전환한 UNIST에 입학정원 축소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의전원을 허가하겠느냐는 얘기다. 일례로 KAIST가 10년 넘게 의전원 설치를 요구했지만 성사되지 않고 있다.

시 관계자는 “일단 산재모병원부터 지은 뒤에 대학병원급으로 발전시키는 게 순서”라면서 “산재모병원 건립이 성사될 기미를 보이는데 여당 쪽에서 왜 갑자기 대학병원 건립안을 들고 나와 전열을 흐트러뜨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울산시의사회(회장 변태섭)도 최근 성명서를 내고 “울산의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13.04개로 전국 평균 수준”이라며 “대학병원 수준의 종합병원보다는 산재에 특화된 산재모병원을 건립하는 게 지역 발전과 근로자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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