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과 형사정책통인 박 후보자가 지명 직후 낸 입장문에선 결기가 느껴진다. 그는 "학자와 시민운동가의 경험을 기초로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정책 과제 중 하나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 검찰 개혁과 법무부의 탈(脫)검찰화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검찰 개혁의 구체적 방안으로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조정 등을 꼽아온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박 후보자는 한발 더 나가 "검찰이 독점적으로 갖는 공소권은 국민으로부터 받은 권한"이라는 인식도 갖고 있다. 필요하면 분산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박 후보자는 언론 기고문 등을 통해 "수사와 기소 여부에 정치권력의 지침이 작동하고 있다. 검찰권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박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참여연대 출신인 조국 민정수석과 투톱을 이뤄 법무부·검찰 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일 게 분명하다. 스스로 개혁할 기회를 놓친 검찰이 사회참여형 법학자들(외부 세력)에 의한 대수술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권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검찰 개혁이라면 누구도 반대할 이유는 없다.
남은 문제는 박 후보자에 대한 사전 검증이 제대로 됐느냐는 점이다. '법치 행정'을 책임져야 하는 법무부 장관은 다른 장관보다 더 깨끗해야 한다는 게 국민의 눈높이다. 또다시 안 전 후보자의 전철을 밟게 된다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설 자리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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