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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법원 “주택용 전기료 누진제는 부당” … 소비자 첫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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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9명 한전 상대 부당이득 반환소

법원 “산업용은 누진제 안 하면서

주택 소비자에게 과도한 희생 요구”

곽상언 변호사 유사소송 12건 진행

노무현의 사위 … “40년 불공정 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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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이 한국전력의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체계가 부당하다며 낸 민사소송에서 처음으로 이겼다. 인천지법 민사16부(홍기찬 부장판사)는 27일 김모씨 등 소비자 869명이 한전을 상대로 낸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소송 참가자들은 “주택용 전기요금에만 누진제 요금이 적용돼 차별을 받고 있고 과도한 누진율에 따라 징벌적으로 폭증하는 전기요금을 납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원고들은 전기요금과 누진요율을 규정한 약관이 국민에게 불공정한 요금체계를 강요하는 불공정 약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한전이 제대로 된 통보 방식을 거치지 않은 채 약관 변경을 통해 부당한 요금 인상을 강요해왔다는 점도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주택용 전력에만 누진제를 도입하고 나머지 일반·교육·산업용 전력에는 누진제를 도입하지 않음으로써 주택용 전력 사용만을 적극적으로 억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주택용에만 누진제를 도입해 전기 사용을 억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특히 재판부는 “전기 분배를 위한 요금체계가 특정 집단에 과도한 희생을 요구해 형평을 잃거나 다른 집단과 상이한 요금체계를 적용하는 데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면 사용자들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줬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한전 측은 재판 과정에서 주택용 전기요금에만 누진제를 적용한 이유를 설명하라는 재판부의 요청에도 답변하지 않았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소송 참가자 1인당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450만원의 전기요금을 돌려받게 된다. 이 재판 결과는 전국적으로 한전을 상대로 진행 중인 12건의 유사 소송 중 원고 측이 처음 승소한 판결이다. 앞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서울중앙지법·광주지법 등에서 진행된 6건의 같은 소송에서는 “주택용 전기요금 약관이 약관규제법상 공정성을 잃을 정도로 무효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모두 원고 패소 판결이 내려졌다.

2014년 8월부터 비슷한 소송에 참여한 원고는 전국에 걸쳐 9300가구에 달한다. 이 12건의 전기요금 누진제 소송은 모두 곽상언 변호사(법무법인 인강)가 대리해 진행하고 있다. 곽 변호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다. 곽 변호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드디어 새 세상이 열렸다”며 첫 승소 소식을 전했다. 그는 "법원은 국민이 함께 부르짖는 목소리를 외면하지 못했다. 국민의 목소리가 지금까지 40년 이상 우리를 억압해 온 불공정의 바퀴를 바로 세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판결에 대해 한국전력은 항소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김형관 한전 홍보실 차장은 "법무팀 등 관련 부서에서 판결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항소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지난해 전기요금 개편 전까지 주택용 전기요금은 6단계였다. 전기를 많이 쓸수록 요금 단가가 비싸지는 구조였다. 처음 100㎾h까지는 ㎾h당 전력량 요금이 60.7원이었지만 500㎾h를 초과하는 6단계에 들어서면 709.5원으로 11.7배가 뛰었다. 하지만 지난해 폭염으로 에어컨 사용량이 늘어나며 ‘전기요금 대란’이 벌어지자 정부는 전기요금 개편작업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누진제가 만들어진 2004년 이후 12년 만인 지난해 12월 3단계로 요금 구간을 개편했다. 전기요금 단가 차이도 11.7배에서 3배로 축소했다. 당시 산업부는 요금 구간 개편으로 가구당 연평균 11.6%, 여름·겨울에는 14.9%의 전기요금이 인하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력 소비자들은 개편 이전에 전기요금체계가 부당하다며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전기요금 누진제 도입 및 소송 과정
● 1974년 12월(1차 석유파동) 3단계 누진제 도입

● 1979년 7월(2차 석유파동) 12단계 누진제 확대 (누진율 19.7배)

● 1980년 이후 누진단계·누진율 부분 수정

● 2014년 8월 누진제 부당하다는 첫 소송 제기

● 2016년 6월 폭염으로 전기요금 누진제 불만 제기

● 2016년 10·11월 서울중앙지법·광주지법, 누진제 집단소송 원고 패소 판결

● 2016년 12월 산업부, 6단계를 3단계로 완화 조정

● 2017년 6월 27일 인천지법, 원고 첫 승소 판결



인천=임명수 기자, 하남현 기자 lim.myungsoo@joongang.co.kr

임명수.하남현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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