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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경제 양극화, 정치 본토화 … 홍콩인들, 중국 호감도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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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등 통제, 일국양제 원칙 무시

기업 신규 채용 때 본토 출신 선호

홍콩 젊은이들 저임금 업종 내몰려

반중 정서에도 일체화는 더욱 속도

많은 도시 중 하나로 위상 추락 우려

홍콩 반환 20주년 │ 특파원이 본 현장 1신
중앙일보

홍콩 도심 빌딩 외벽에 주권 이양 20주년을 기념하는 대형 LED 조명이 빛나고 있다. [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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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중심부인 코즈웨이베이의 낡고 비좁은 건물 2층에 한때 명성을 떨친 퉁뤄완(銅?灣) 서점이 자리해 있다. 중국 공산당 내부 비사와 지도자들의 권력 암투 등이 담긴 서적을 출판·판매해 온 곳이다. 26일 이곳을 찾았더니 자물쇠가 채워진 채 문이 닫혀 있었다. 누군가가 입구에 “린(林) 선생 빨리 돌아오세요, 당신의 책을 사랑합니다. 당신과 다시 담소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란 쪽지를 붙여놨다. 간체(簡體) 한자로 쓴 것으로 볼 때 중국 본토인이 써붙여 놓은 게 틀림없었다.

2015년 10월 린룽지(林榮基)를 비롯한 서점 주주·경영자 등 5명이 차례로 실종됐다. 이들은 모두 중국 본토의 공안당국에 연행돼 조사를 받았다. 반중(反中) 내용의 서적을 펴내 중국에까지 유통시켰다는 이유다. 이 사건을 두고 해외 언론은 중국이 ‘일국양제(一國兩制)’ 원칙을 깨뜨렸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1997년 홍콩 반환에 앞서 외교·국방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홍콩의 기존 자본주의 시스템과 법·제도를 50년간 유지한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퉁뤄완 사건’은 중국의 홍콩 장악과 통제 강화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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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로 홍콩의 주권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간 지 20주년을 맞는다. 그 사이 홍콩의 역내 총생산(GDP)은 82% 늘어났다. 국제금융과 해상 물류 허브로서의 위상도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홍콩 정부 1인자인 행정장관 당선자인 캐리 람(林鄭月娥)은 “지난 20년간 홍콩의 경제성장은 쉽게 이뤄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며 중국 대륙과 홍콩의 긴밀한 협력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홍콩인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지난달 홍콩대가 16개 국가·지역을 예시하며 홍콩인들이 느끼는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 대만, 싱가포르, 캐나다, 일본 순서로 나타났다. 한국은 호감도 45%로 독일과 공동 7위였다. 반면에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26%로 꼴찌였고, 중국 정부에 대한 비호감은 31%로 가장 높았다.

근본적 원인은 주권 이양 이후 가속화되고 있는 양극화 현상이다. 중국과 연계해 사업하는 기업인 등 부유층만 혜택을 누리고 차이나머니 유입의 부작용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서민들의 삶은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소득 분배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지난해 11일 통계청 발표에서 0.539를 기록해 1945년 이래 최대치가 됐다.

젊은 층의 좌절감은 더 심하다. 30대 회사원인 재클린 창(여)은 “홍콩 대졸자가 은행·부동산·보험회사 등 고연봉 직장을 잡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며 “홍콩 기업마저 중국과의 네트워크나 표준중국어 능력을 감안해 중국 본토 출신을 선호해 뽑고 있기 때문에 홍콩 젊은이들은 저임금 직종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실감이 2014년 100만 명의 홍콩 대학생·고교생들이 거리로 나와 민주화를 요구한 ‘우산혁명’ 운동을 일으켰고, 이는 홍콩 독립파 탄생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홍콩인의 반중 감정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홍콩의 일체화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대표적인 게 대만구(大灣區·Big Bay Area) 구상이다. 홍콩만을 감싸고 있는 세 지역, 즉 홍콩·광둥·마카오의 연계 개발을 강화해 단일 경제체로 묶는다는 구상이다. 홍콩인들은 홍콩이 중국의 수많은 대도시 중 하나로 위상이 추락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인들의 생각은 다르다. 중국 경제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홍콩은 이제 더 이상 과거의 홍콩이 아니다. 홍콩이 변해서가 아니라 중국이 그만큼 빨리 홍콩을 추월했기 때문이다. 홍콩인들이 이런 사실을 빨리 받아들여야 한다.”

홍콩=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예영준 기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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