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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안아키 사태에 WHO 구성원들도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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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호 세계보건기구 의료관리관

동아일보

최근 논란이 된 ‘약을 안 쓰고 아이 키우기(안아키) 카페’의 백신 거부 사태는 의료계에 큰 숙제를 남겼다. 수많은 의약 전문가의 연구와 수천억 원의 예산이 동원된 국가예방접종 사업이 일부 학부모의 ‘백신 불신’ 탓에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21일 질병관리본부와 세계보건기구(WHO)의 ‘예방접종 안전성 관리와 소통’ 심포지엄에 참석한 WHO 서태평양사무소 소속 신진호 의료관리관(53·사진)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백신의 효과를 수용하는지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신 관리관은 2003년부터 WHO에서 필수 의약품의 안전성을 연구하고 있다.

신 관리관은 한국의 안아키 사태가 WHO 구성원들에게도 큰 충격이었다고 전했다. 호주 등에서도 일부 학부모가 “아이들을 수두 감염자와 접촉시켜 면역력을 키우겠다”며 ‘수두 파티’를 연 사례는 있지만 “화상에 온찜질을 하라”거나 “장염에 걸리면 숯가루를 먹이라” 등 안아키의 지침은 미신적인 성격까지 띠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백신 거부 사태가 선진국에서도 간혹 등장했다”며 영국의 홍역·볼거리·풍진 백신 거부 운동을 예로 들었다. 한 의학자가 1998년 “해당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며 발표한 논문이 2010년 가짜로 밝혀지기 전까지 이 사태가 이어졌다. 신 관리관은 “백신 거부를 주장하는 세력의 배후가 경쟁 제약사로 의심되는 사례도 있었다”며 “특정 질환에 대한 관심을 높여 진단기기 등을 팔기 위한 수법이 아닌지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신 관리관이 꼽은 백신 거부 사태의 해결책은 △백신 접종 이후 부작용이 생기면 신속히 원인을 찾고 △그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피해자가 적절히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극히 드문 부작용 사례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퍼져 나가 불안이 커지기도 하지만 여전히 백신이 감염병을 막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사실을 정부가 적극 알려야 한다는 게 신 관리관의 주장이다.

추후 연구가 필요한 분야로는 ‘임신부 백신’을 지목했다.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V)처럼 신생아가 노출되면 치명적인 감염병은 임신부가 백신을 맞으면 배 속 아이도 항체를 가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엔 인플루엔자(독감), B형 간염의 임신부 백신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임상시험 피험자를 모집하기가 어려워 연구는 걸음마 단계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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