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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사설]평창 올림픽 남북단일팀으로 대화의 물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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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2월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의 남북단일팀 구성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4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에서 “최초로 남북단일팀을 구성해 최고의 성적을 거뒀던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대회의 영광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다시 보고 싶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번 대회에 태권도시범단을 파견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남북교류가 스포츠 분야에서 진행된 것이다. 북한의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시범단을 이끌고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장웅 위원은 “(단일팀 구성은) IOC가 개입해야 한다.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한국에) 오면 논의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국제올림픽위원회 대변인은 남북 분산 개최에 대해 “올림픽은 언제나 벽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다리를 놓는 것”이라고 했다. 꽉 막혔던 남북관계에 전기가 마련될지 기대가 크다.

스포츠는 정치·안보적 상황과 관계없이 남북 간의 대화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는 분야다. 과거에도 남북관계가 어려울 때 스포츠 교류가 전환의 계기를 마련하는 경우는 왕왕 있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북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최룡해 비서 등 최고위급 인사들이 폐막식 참석차 방남해 경색됐던 남북관계의 숨통을 틔우는 계기가 됐다. 2002년 6월 서해교전으로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됐을 때도 그해 9월 아시안게임에 북한이 선수단과 응원단을 파견하면서 분위기를 반전시킨 적이 있다. 1991년 탁구와 청소년 축구에서 단일팀을 구성해 전 세계에 한민족임을 각인시킨 바 있다. 정치·군사적 대결 상태에서도 남과 북 사이엔 동포 간의 따뜻한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스포츠는 재삼재사 확인시켜줬다.

현재 남북관계는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 이후 10년째 교착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북핵 위협, 미사일 발사,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에 미·중 간의 패권경쟁까지 심화되면서 한반도 정세는 꽁꽁 얼어붙은 상태다. 스포츠는 대중성이 높으면서도 정치색이 옅어 마음의 벽을 허무는 데 최적의 방편이다. 그동안 대립하던 남북이 스포츠를 통해 만난다면 긴장 완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비정치적 교류의 활성화는 정치 분야의 관계 개선을 이끌어내는 선도적인 기능도 할 수 있다. 남북이 평창 올림픽을 통해 단절된 교류의 물꼬를 트고 전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함께 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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