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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미대사관 앞 첫 합법집회 “사드 반대”…차벽 대신 환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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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성숙한 시민

3천여명 모여 인간띠 잇기 행진

법원이 허용한 20분 약속 지켜

달라진 경찰

차벽·물대포 등 위압적 통제 없이

교통경찰 앞세워 질서 유지 도와



한겨레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주최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와 행진이 열린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을 성주 지역 주민들과 시민들이 에워싸며 사드 철수를 촉구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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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금지구역으로 간주되던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인근에서 24일 첫 합법 집회가 열렸다. 이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 집회에서 시민들은 미대사관을 둘러싸는 ‘인간띠잇기’ 행사를 벌였고, 경찰도 시민들의 합법적 의사 표출에 비교적 유연하게 대응했다.

시민 3000여명(주최 쪽 추산)은 이날 오후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주최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6·24 사드 철회 평화 행동’ 집회 뒤 행진에 나섰다. 오후 5시께 서울광장을 출발한 시위대는 세종대로 사거리와 종각역 사거리를 거쳐 종로소방서 인근으로 행진했다. 오후 6시30분께 참가자들은 미대사관 주변에 도착했다. 행진 대열 선두에 선 트럭 위에서 마이크를 잡은 진행자가 “여러분, 우리가 역사상 처음으로 미대사관 전체를 에워쌉니다”라고 소리치자 시위대는 환호성을 지르거나 나팔을 불며 환호했다. 시위대는 법원이 행진을 허가한 20여분 동안 “사드 가고 평화 오라”, “트럼프를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미대사관 주변을 두 바퀴 돌았다. 미대사관 앞에서 미국 정부를 대상으로 삼은 합법 집회가 열린 것은 처음이다. 2002년 12월에는 효순이·미선이 추모 촛불집회 당시 시위대가 경찰력을 뚫고 미대사관을 둘러싸는 인간띠잇기 행사를 벌인 적이 있다.

그동안 경찰은 국내 주재 외국 외교기관 100m 이내에서 집회를 금지할 수 있도록 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1조4호를 근거로 미대사관 인근 집회를 금지해왔다. 그러나 지난 23일 서울행정법원이 “집회 개최 예정일인 24일은 대사관 업무가 없는 휴일”이라며 ‘20분 이내에 신속히 통과한다’는 조건을 달아 주최 쪽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받아들이면서 합법 집회가 가능해졌다.

경찰은 이날 59개 중대 4700여명의 경찰력을 동원했지만, 과거처럼 집회를 통제하기보다 집회와 행진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돕는 데 집중했다. 미대사관 외벽을 빙 둘러 폴리스라인을 설치했고, 그 뒤에 ‘교통’이라고 적힌 연두색 조끼를 입은 교통경찰을 배치했다. 차벽은 설치하지 않았다. 기동대는 일부만 미대사관 앞 인도에 배치해 돌발사태에 대비하게 했다. 행진에 참여한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경찰차벽과 물대포가 보이지 않고 행진을 돕는 교통경찰만 보이니 시민들도 위압감을 느끼기보다 평화롭게 행진을 즐기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법원의 허가 조건을 지키기 위해 미대사관 도착 20분 만인 이날 오후 6시50분께 자진해산했다. 박수지 허재현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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