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모(34)씨는 "인맥은 내가 잘 나가면 저절로 생겨나는 반면, 내가 어려우면 신기루처럼 사라진다"며 "내 얘기를 제대로 들어줄 단 한사람이라도 있는 게 얄팍한 인간관계 보다 100배 낫다"고 강조했다.
주부 박모(48)씨는 "나이가 들수록 친구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오는 길이 뭔가 허무하게 느껴진다. 진짜의 내가 아닌 기분도 든다"며 "만나서 밥 먹고 차 마시는 등 그 순간이 주는 즐거움은 있지만 예전과 달리 만나면 그때뿐인 느낌이다. 힐링이 아닌 되레 피로가 될 때도 있다"고 전했다.
자영업자 최모(54)씨는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다보니 내 가장 친한 친구는 바로 나 자신이다. 자신과 잘 지내는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타인과의 관계 속에 외롭다고만 하지 말고, 나만을 위한 자발적인 고독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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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른바 '인맥 거지'를 자처하는 현대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형식적인 인간관계에 피로감을 느껴 스스로 '인맥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 취업포탈이 지난 4월13~14일 국내 성인남녀 25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46%(1146명)의 응답자가 '인간관계를 일부러 정리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생각은 했으나 실행으로 옮기지는 못했다'는 답변도 18%(457명)나 됐다.
즉, 인간관계 정리를 추구하는 비율이 64%에 달하는 셈이다.
◆10명 중 6명 "평소 인간관계 정리한다"
인맥 정리의 이유로는 '원치 않은 타인에게 내 프로필을 공개하고 싶지 않아서'가 31%(574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내 진짜 친구를 찾아내기 위해서'(29%·544명) '이름만 봐도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있어서'(23%·430명) 등이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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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맥 정리 방법으로는 '피로감을 제공한 상대방을 차단'이 27%(534명)로 가장 많았으며 '해당 대상자의 연락처를 주기적 삭제'도 23%(534명)로 비슷했다.
'안부 인사 등을 보낸 후 연락이 오지 않으면 정리'(15%·338명) 등의 답변도 있었다.
◆형식적인 인간관계에 피로감 호소…'셀프(self) 인맥 다이어트' 나서
이같은 사회 현상은 현대인들이 인간관계를 맺는 데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가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에는 사회생활의 수단으로서 양적인 인맥 추구를 했다면, 이제는 관계의 '깊이'를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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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현대인들의 인맥은 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지만 가벼운 관계가 대부분이다 보니 외로움은 되레 더 커지고 있다며, 자기 속내를 드러내거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관계가 아니어서 회의감이 들자 점차 인맥 정리에 나서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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