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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일상톡톡 플러스] 기쁨 나누면 질투되고 슬픔 나누면 약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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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 김모(29)씨는 "평소 연락이 없던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오면 십중팔구 결혼 아니면 영업"이라며 "영업도 그렇지만 특히 경조사 때만 연락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얄밉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34)씨는 "인맥은 내가 잘 나가면 저절로 생겨나는 반면, 내가 어려우면 신기루처럼 사라진다"며 "내 얘기를 제대로 들어줄 단 한사람이라도 있는 게 얄팍한 인간관계 보다 100배 낫다"고 강조했다.

주부 박모(48)씨는 "나이가 들수록 친구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오는 길이 뭔가 허무하게 느껴진다. 진짜의 내가 아닌 기분도 든다"며 "만나서 밥 먹고 차 마시는 등 그 순간이 주는 즐거움은 있지만 예전과 달리 만나면 그때뿐인 느낌이다. 힐링이 아닌 되레 피로가 될 때도 있다"고 전했다.

자영업자 최모(54)씨는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다보니 내 가장 친한 친구는 바로 나 자신이다. 자신과 잘 지내는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타인과의 관계 속에 외롭다고만 하지 말고, 나만을 위한 자발적인 고독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최근 이른바 '인맥 거지'를 자처하는 현대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형식적인 인간관계에 피로감을 느껴 스스로 '인맥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 취업포탈이 지난 4월13~14일 국내 성인남녀 25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46%(1146명)의 응답자가 '인간관계를 일부러 정리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생각은 했으나 실행으로 옮기지는 못했다'는 답변도 18%(457명)나 됐다.

즉, 인간관계 정리를 추구하는 비율이 64%에 달하는 셈이다.

◆10명 중 6명 "평소 인간관계 정리한다"

인맥 정리의 이유로는 '원치 않은 타인에게 내 프로필을 공개하고 싶지 않아서'가 31%(574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내 진짜 친구를 찾아내기 위해서'(29%·544명) '이름만 봐도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있어서'(23%·430명) 등이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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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맥 정리 방법으로는 '피로감을 제공한 상대방을 차단'이 27%(534명)로 가장 많았으며 '해당 대상자의 연락처를 주기적 삭제'도 23%(534명)로 비슷했다.

'안부 인사 등을 보낸 후 연락이 오지 않으면 정리'(15%·338명) 등의 답변도 있었다.

◆형식적인 인간관계에 피로감 호소…'셀프(self) 인맥 다이어트' 나서

이같은 사회 현상은 현대인들이 인간관계를 맺는 데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가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에는 사회생활의 수단으로서 양적인 인맥 추구를 했다면, 이제는 관계의 '깊이'를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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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현대인들의 인맥은 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지만 가벼운 관계가 대부분이다 보니 외로움은 되레 더 커지고 있다며, 자기 속내를 드러내거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관계가 아니어서 회의감이 들자 점차 인맥 정리에 나서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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