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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일탈 청소년 품는 또다른 '가정'…청소년회복센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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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새로운 시작, 청소년은 대한민국의 미래요 자원이다, 잘먹고 잘자고 잘 웃자.' 경남 창원시 진해구의 샬롬청소년회복센터에 걸린 표어가 눈길을 끌었다. 2017.6.25/뉴스1 © News1 이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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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뉴스1) 이지안 기자 = 8.1%. 창원지방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보호처분을 받은 청소년의 재범률이 12.3%인 반면 창원지법 관내 재범률은 8.1%에 그쳤다. 그 배경에는 경남지역 청소년회복센터가 있었다.

창원지방법원은 절도, 재물손괴 등 상대적으로 경미한 비행을 저지른 청소년 중 가정환경이 불안정한 청소년을 위해 지난 2010년 10월 창원시 진해구에 샬롬청소년회복센터를 설립했다. 전국 최초였다.

이후 경남 전역에 센터를 설립해 현재 6곳을 운영 중이다. 4곳은 남자 청소년, 2곳은 여자 청소년이 묵는다. 센터마다 10명 안팎의 청소년이 있다. 센터는 아이들에게 집과 학교, 학원 그리고 ‘가정’이 돼준다.

경남에서는 이달 들어서만 센터 청소년을 돕는 움직임이 두 차례 이어졌다. 지난 14일 LG전자 창원공장, 21일 프로축구단 경남FC가 이들 청소년에게 스포츠 강습, 프로 스포츠 경기 관람 등 기회를 제공하기로 창원지방법원과 업무협약을 맺으면서다.

25일 샬롬청소년회복센터를 찾아 센터 관계자, 그곳에서 지내는 아이들을 만났다.

◇ 아침 일찍 일어나 책보고 공부하는 '평범한' 일상을 찾다

“똑같은 아이들인데, 얼마든지 성장하고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데 한순간 잘못했다고 다시 사회에 적응할 기회를 안주면 안되죠.”

유수천 센터장은 센터에서 생활하는 청소년들을 ‘아들’이라 불렀다. 샬롬센터에는 현재 남자 청소년 11명이 있다. 학교에 가는 아이들도 있지만 자퇴를 했거나 애초에 진학을 하지 않아 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도 있다.

아이들의 일과는 학교에 가는 여부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학교에 다닌다면 오전 6시에 일어나 7시 30분쯤이면 모두 등교한다.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오전 8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침구 정리, 청소, 빨래, 독서, TV 시청을 한다. 오는 8월로 예정된 검정고시를 치르려 그 공부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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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롬청소년회복센터에서 지내는 아이들이 3주전 센터 뒤 건물 한켠에 벽화를 그리는 모습. (샬롬청소년회복센터 제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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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해 보이는 일상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이곳에 들어오기 전까지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일상이었다고 유 센터장은 말했다. 가정에서 돌봐주고 ‘잔소리’하는 사람이 없어서인지 밤늦게까지 집밖을 떠돌다 아침에 기상을 못해 학교에 가지 않거나, 학교에 가서도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사람, 가족이 그리운 아이들이에요. 돌아가신 아빠 보고 싶다고 갑자기 엉엉 울던 친구도 있고…. 얘들은 널찍하게 떨어져 자라 그래도 꼭 다 같이 모여서 자요. 하루는 박선옥 소장(유 센터장 아내) 발 밑에 병아리처럼 모여 앉아서 주무르고 안기는데 보고 있으면 이래저래 마음이 아프죠.”

학교에 간 아이들이 다 돌아온 저녁에는 자원봉사로 온 강사들에게서 영어, 서예 등을 배우거나 독서치료를 받는다. 근처 운동장에 나가 다 같이 축구, 족구를 즐기기도 한다.

간혹 아르바이트를 나가는 아이들도 있다. 아르바이트로 번 첫 임금으로 꼭 한번씩은 다른 친구들에게 선물을 돌리는 게 센터의 ‘약속’이다. 보통 치킨 같은 배달 음식을 시켜 나눠먹는다. 유 센터장은 “고생해서 번 돈을 주변 사람과 나눠 쓰면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기쁘다는 걸 알려주려는 뜻”이라고 전했다.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하루를 보내지만 마무리로는 똑같이 ‘일기’를 쓴다. 공책 1쪽을 꽉 채워야 하고, 예외는 없다. 처음에는 억지로 몇 자 끼적이던 아이들도 이제는 진지하게 한 글자, 한 글자를 눌러 쓴다. ‘오늘 하루 감사한 일 5가지’를 떠올려 적는 아이도 있었다.

◇ "어른이 돼서도 이곳에서 배운 삶의 방식을 잊지 않기를"

이곳에서 지내며 가장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게 무엇인지 물었다. “가족 같은 분위기가 좋아요.” “다 같이 한 거면 뭘 하든, 어딜 가든 다 추억으로 남아 있어요.” “소장님이 해주시는 밥이 진짜 맛있어요. 맛없는 건 하나도 없어요.” 저마다 한마디씩 쏟아내는 말 속에 웃음이 가득 배어 있었다.

박선옥 소장은 “아이들이 법원에서 최소 6개월 처분을 받고 센터로 오고 법원, 센터, 부모의 협의로 그 이상 지내기도 한다”며 “다만 6개월은 아이들이 적응할 만하면 나가야 되는, 온전한 생활방식을 체화하기에는 부족하다 싶은 시간이라 최소 처분 시간을 1년으로 늘려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센터를 나간 뒤, 성인이 된 뒤, 군입대를 한 뒤 센터를 찾아와 센터장 부부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거나 아이들의 말벗이 돼주는 사람들도 많다. 센터에서 지내는 동안 배운 공부, 지식 그리고 공동체를 존중하는 삶의 방식을 통해 어엿한 ‘사회인’이 된 이들이다.

“센터 밖에서 어떤 힘들고 괴로운 일을 겪더라도 여기서 마음을 잘 잡고 나간다면 다시는 이전처럼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고 믿어요.” 유 센터장의 말이다.

아이들의 ‘꿈’, 그러니까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운동선수, 배우, 가수, 바리스타, 헤어디자이너, 사회복지사…. 그 틈에 “하고 싶은 게 아직 없다”는 대답이 나오자 박 소장이 말했다. “그럼 네 개 중에 하나 골라봐. 잠만 잘래요, 학교 안가고 싶어요, PC방에서 내도록 지낼래요, 멋진 어른이 될래요.”

쑥스러운 듯 웃던 아이는 답했다. “4번이요.”
j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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