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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생활고 시달리다 편의점서 콜라 훔친 연평해전 용사…현대판 장발장 왜 생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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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에 시달리던 제1차 연평해전 참전용사가 편의점에서 콜라를 훔치다 경찰에 붙잡혔다.

25일 서울 강동경찰서에 따르면 조모씨(38)는 지난 5월28일 서울 강동구의 한 편의점에서 6600원어치 빵을 사면서 직원 몰래 1800원짜리 콜라를 옷 속에 숨겨 나오려다 발각됐다. 그는 “배가 고파서 빵을 사러 갔는데 음료수를 살 돈이 부족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조씨는 1999년 6월 제1연평해전에서 겨드랑이에 포탄 파편에 맞아 부상을 당한 국가유공자였다. 조씨는 이 사고 후유증으로 현재 오른손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

그는 매달 나오는 유공자 연금 170만원에 의존해 살아왔지만 투자사기에 속아 대출금 5000만원이 생겼고 매달 110만원을 대출금으로 갚고 남은 60만원으로 고시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건 자체가 경미한데다가 조씨의 생활형편, 건강 상태, 국가적 유공 등을 고려해 만장일치로 조씨에 대해 즉결심판을 청구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젊은 나이에 국가를 위해 몸을 바친 조씨는 자력으로 살아갈 길이 요원한 상황”이라며 “안타까움을 느낀 경찰 관련 단체 및 직원들이 성금 약 200만원을 모아 조씨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경기 불황이 짙어지면서 생계형 범죄를 저지르는 ‘현대판 장발장’이 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50대 가장인 A씨가 대구 달서구 신당동의 한 식품가게에서 시가 3만원의 어묵 3봉지를 훔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최근 교통사고를 당해 아픈 몸을 이끌고 막노동 일을 하던 A씨는 형편이 더 어려워지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이 뜻밖에 발견한 그의 유서에는 ‘생활고를 겪고 있어 좌절감이 크고 범죄를 저질렀다는 죄책감에 죽고 싶은 마음 뿐”이라며 “딸아이가 형편이 어려워 끼니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고 교통비가 없어서 4km 거리가 되는 학교를 1시간씩 걸어서 등하교 하고 있는 실정”이란 내용이 담겼다.

A씨의 범행은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가 아닌 절도죄에 해당 돼 처벌은 면할 수 없게 됐다. 이에 경찰은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A씨에게 쌀 20kg과 반찬을 지원하고 딸에게는 14만원이 충전된 교통카드와 용돈 5만원을 전달했다. 아울러 A씨를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해 매달 4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대판 장발장’이 생기는 원인으로 장기화된 경기 침체와 노인 빈곤층 증가 등 사회 구조적 문제를 꼽는다. 특히 생계를 위한 수단이 마땅치 않은 빈곤층은 먹고 살 길이 막막해 끝내 범죄로 눈을 돌리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엔 청년들마저도 취업난을 겪으며 범죄로 내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엄격한 처벌만 강조해선 사회적 분노만 키워 중범죄를 양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경찰청은 경미범죄심사위원회를 운영해 생계형 범죄를 저지른 ‘현대판 장발장’ 구제에 나서고 있다. 경미범죄심사위원회는 단순 절도나 무전취식 등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경범죄 사범을 심사해 피해 정도와 죄질 등 사유에 따라 처분을 감경해준다. 순간 실수로 죄를 짓게 됐을 때 처벌해서 전과자를 만드는 대신 반성의 기회를 주자는 취지다. 그러나 피해 금액이 크거나 악질 상습범에 대해선 실형을 선고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들이 물건이나 돈을 훔치기 전에 하소연을 하거나 SOS(긴급구호)를 칠 기관을 마련하는 등 한국의 빈약한 사회안전망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디지털뉴스국 김수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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