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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웨스턴디지털 "도시바에 쏟아부은 돈만 17조원…매각 끝까지 막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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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가 반도체 사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한·미·일 연합을 선택한 가운데 도시바의 최대 생산거점인 요카이치 공장을 공동으로 운영 중인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도시바 매각을 반대하며 끝까지 법정 공방을 진행할 의사를 밝혔다.

22일 조원석 WD 한국지사장은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WD는 이미 도시바의 낸드 생산설비에 한화로 17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을 투자했다"며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확장에도 이미 적잖은 금액을 투자해놓은 상태인만큼 확실한 권리를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조원석 웨스턴디지털(WD) 한국지사장./ 황민규 기자



지난 21일 도시바는 이사회를 개최하고 민관 펀드인 일본의 산업혁신기구(INCJ)와 일본정책투자은행, 미국 투자펀드 베인캐피탈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 컨소시엄에는 한국의 SK하이닉스도 포함돼 한미일 연합이라고 부른다. 도시바는 한미일 연합과 오는 28일 주주총회 전까지 매각 계약을 맺는다는 방침이다.

도시바와 일본 미에현의 욧카이치 반도체 공장을 합작 운영 중인 WD는 자사가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 매각에 독점협상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도시바가 이를 무시하자 WD는 지난 5월 국제중재재판소에 매각 관련 갈등을 중재해달라고 제소한 데 이어 1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법원에 매각 금지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WD가 법적 대응을 강화할 경우 최악의 경우 매각이 불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도시바가 한미일 연합에 우선협상권을 부여한 것도 법적으로 구속력 있는 결정이 아니라는 게 일본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조원석 지사장은 "WD와 도시바가 기존에 맺은 협약에 따르면 제3자 매각을 추진할 경우 WD와 사전 협의 혹은 승인 등의 과정이 필요하다"며 "도시바는 이를 무시하고 우선협상자를 선정했는데, WD가 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제재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미일 연합은 WD를 컨소시엄에 합류시키려고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도시바 메모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미일 연합이 WD 측에 함께 하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WD가 법률 소송을 지속할 경우 매각 절차가 진행되기 힘들다고 보고 WD가 참여하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WD가 도시바 메모리 매각을 반대하는 이유는 이 회사의 미래 성장동력뿐만 아니라 당장의 실적에도 적잖은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 분야를 강화하고 있는 WD는 도시바와 함께 운영 중인 요카이치 공장에서 낸드플래시를 모두 공급 받고 있으며 이마저도 부족해 도시바의 추가 낸드 설비 확장에 적잖은 돈을 들였다.

조 지사장은 "지난해 11월에 처음 SSD 사업에 진입하며 WD이 시장에서 승승장구했지만 도시바로부터 받는 낸드플래시 공급이 원활했다면 4배 이상 더 성장할 수 있었다"며 "요카이치 공장에 있는 생산라인의 절반이 도시바와 WD 공동 소유이기 때문에 당연한 권리를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민규 기자(durchm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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