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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文 대선공약 '기본료 폐지' 결국 무산…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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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강제할 법적 근거 無 ·시장경제 원리 어긋나…소비자-업계 외면 자초]

문재인 대통령 대선 당시 핵심공약이었던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 약속은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자율적으로 가격을 정하도록 돼 있는 시장 경제 원리에 반하는 데다 정부가 기본료 폐지를 강제할 권한도, 법적 근거도 없어서다. 다만 노인층과 저소득층은 기본료 폐지 수준의 요금을 일괄적으로 감면키로 했다.

국정기획위원회(이하 국정기획위)는 수차례 논란 끝에 22일 발표한 통신비 경감 대책에서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안을 뺐다. 대신 기초연금 수령자와 생계의료수급자 등 584만명에게 기본료 수준인 1만1000원이 일괄 감면된다. 신청률을 고려할 경우 약 329만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국정기획위는 추정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으로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조기폐지 △지원금 분리공시제 도입 △취약계층 특화 요금제 도입 △공공와이파이 확대 △한중일 3국 로밍요금제 폐지 등을 내세웠다.

이 중 핵심 공약이 기본료 폐지다. 초기 투자비용 성격의 기본료는 투자가 완료된 이후 폐지해도 된다는 논리에서 나온 공약이지만 사실상 1만1000원의 이동통신 요금을 일괄적으로 낮추라는 것과 다름없다.

통신비 인하를 주장해 온 시민단체와 소비자들은 환영했지만 초기부터 현실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던 공약이다. 무엇보다 ‘기본료’라는 개념 자체도 자체도 모호했다. 망 구축이 끝났다고 하더라도 투자 비용을 기본료로 모두 회수한다는 발상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요금을 설정할 때 전체적인 네트워크 운영 기간과 투자 비용, 유지 비용을 모두 고려해 책정한다”며 “망을 구축하는 기간에만 요금을 높이고 구축이 마무리됐다고 요금을 낮추면 오히려 이용자 차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료 폐지를 현행법이나 정책 수단으로 정부가 강제할 근거도 없다. 근본적으로는 헌법에서 명시한 ‘자유시장경제 질서’ 원리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요와 공급, 경쟁 상황을 아울러 시장에서 결정돼야 할 가격을 정부에서 인위적으로 강제하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이 공약을 이행하려면 이통사들의 자발적 협조가 필요한 데 정부의 요구를 들어줄 리 만무했다. 이 공약이 시행되면 당장 적자전환이 불가피할 정도로 심각한 매출타격이 우려돼왔기 때문.

여러 논란으로 기본료 폐지는 사실상 무산됐지만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당초 기본료 폐지를 주장해온 시민단체들과 소비자들의 ‘공약 후퇴’, ‘말 바꾸기’라는 반발하고 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이날 논평을 통해 “기본료 1만1000원 폐지를 실현하지 못하고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국정기획위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또 통신업계도 선택약정할인율 조정, 보편요금제 출시 등 급조된 통신요금 정책들이 법 남용, 위법 가능성이 높다며 법적 대응에 돌입할 태세다. 결국 이용자와 통신 사업자 모두에게 외면받는 대책이 됐다. 애당초 잘못 설정된 공약과 이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스스로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김은령 기자 tauru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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