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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현대·기아차 VS 금속노조…통상임금과 2500억 실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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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현대·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중인 돈으로 생색”

금속노조 “법조계 물론 사쪽도 노조 승소 말해”


금속노조가 20일 “일자리연대기금 마련과 함께 통상임금 소송 전쟁을 종결짓자”고 제안했지만, 현대·기아차는 “남의 돈으로 생색내기용 이미지 장사를 하고 있다”고 격렬히 반발했다. 사회적 대화를 위한 노조의 통 큰 제의가 첫발부터 삐걱대는 모양새다.

현대차는 이날 참고자료를 내어 “금속노조가 수천억 규모의 일자리 기금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알고 보면 실체가 없는 허무맹랑한 주장”이라며 “기금의 주요 재원인 통상임금 소송 임금이라는 것이 전혀 실체가 없는 돈이라는 게 사안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현대차 노조가 통상임금 소송에서 1·2심 모두 사실상 패소했고, 기아차 노조의 통상임금 소송은 1심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어 “노조의 2500억원 재원은 통상임금 소송에서 전 그룹사 노조가 승소하고 요구한 금액 전부가 받아들여졌을 때에만 조합원이 받을 수 있는 가상의 돈”이라며 “자신들은 한 푼 안 내면서 기업의 돈을 가지고 생색내기용 ‘이미지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회사가 소송에서 이기면 한 푼도 받을 수 없는 돈인데 노조의 승소를 가정하고 출연 운운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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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노조는 소송과 무관하게 대법원 판례에 따라 회사 쪽이 당연히 지급해야 할 임금채권이라고 반박한다. 대법원은 1990년대부터 통상임금 범위를 점차 확대하는 판례를 내놓았고, 2013년 12월엔 임금의 상당액을 차지하는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명칭이 무엇이든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하는 임금이라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게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이다. 박유기 현대차 노조 지부장은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이고, 법조계뿐 아니라 회사 쪽도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에선 노동자가 승소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조합원이 받을 체불임금을 최소 2000만원으로 추정하고 그 10%를 일자리 기금으로 내놓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보석 금속노조 대변인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임금체계를 개편하지 않아 해마다 노동자 1인당 700만~1200만원의 체불임금이 발생하고 있다”며 “일자리 기금은 ‘남의 돈’이나 ‘기업의 돈’ ‘가상의 돈’이 아니라 회사가 떼먹은 ‘노동자의 임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엠(GM)대우와 쌍용차는 이미 노사가 합의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고 있다.

회사 쪽이 1·2심까지 사실상 승소한 현대차 통상임금 소송의 경우 청구금액이 7억여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노조가 승소할 가능성이 높은 기아차의 경우 청구액만 6657억원인데다, 지연이자까지 포함하면 1조원이 훌쩍 넘는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차를 포함한 현대차 계열사 사업장 17곳 가운데 13곳이 2008년부터 통상임금 소송을 냈고 7곳에서 승패가 엇갈렸다. 현대위아 노조 등 3곳은 승소했지만, 현대차 노조는 일부 승소, 하이스코 노조 등 3곳은 패소했다. 기아차 노조 등 6곳은 1심이 진행 중이다. 1인당 평균 임금채권 액수는 2100만~6600만원으로 추산된다.

이렇게 소송 결과가 엇갈리는 이유는 ‘두 달 동안 15일 미만을 근무한 근로자에게는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업규칙 상여금 시행세칙 유무에 달려 있다. 이 규정이 있는 현대차와 옛 현대정공의 경우 상여금을 통상임금이라고 볼 수 없다고 법원이 회사 쪽 손을 들어줬다. 15일 미만 일한 노동자는 아예 받을 수 없는 상여금이라면, 통상임금 3대 요건(정기성·일률성·고정성) 가운데 고정성(하루 일한 대가로 당연히 지급되는 임금)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반면 현대차에 흡수합병됐지만 상여금 시행세칙 없이 근로일수에 비례해 상여금을 지급받은 옛 현대차서비스 소속 노동자의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현재 1심에 6년째 계류중인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도 상여금 시행세칙이 없는 경우다. 법조계에서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은 노동자가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까닭이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8년 동안 임금협상 때마다 노사분쟁의 원인이었던 통상임금 소송을 종결짓고 합리적인 노사합의로 새로운 노사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은주 홍대선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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