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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연중기획-이것만은 확 바꾸자!] 쓸쓸한 ‘고독사’ 이제 그만… 노인돌봄 사각지대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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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가속… 복지체계 개선 팔 걷은 지자체들/2026년 노인비율 20% ‘초고령사회’/ 일본보다도 10년 빠른 26년새 도달/ 빈곤율 50%… 노후대비 턱없이 부족/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 중 노인 34%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와 부실한 노후 대비, 가족해체 가속화 등으로 빈곤에 시달리고 고독사 위험에 노출된 노인들이 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이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도 부랴부랴 팔을 걷어붙이고 복지체계 개선에 나섰다.

세계일보

지난 4월 서울 용산구의 김현미(가명)씨 집 안팎에 쌓인 쓰레기를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들이 치우고 있는 모습. 용산구 제공


◆급격한 고령화, 준비 부족한 노후생활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0년 노인인구 비율이 7.2%로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데 이어 내년에는 ‘고령사회’(노인인구 비율 14%),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 20%)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지 26년 만에 초고령사회에 이르는 셈이다. 과거 고령화의 선두주자로 꼽혔던 일본이 1970년 고령화사회 진입 후 초고령사회(2006년)가 되는 데 36년 걸린 것보다 10년이나 앞선 것이다.

농어촌 지역 등 도시 외 지역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2015년 시도별 상황을 살펴보면 전남의 노인 인구 비중이 21.1%에 달해 광역지자체 중 최초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전북(17.9%), 경북(17.8%), 강원(16.9%), 충남(16.3%) 등 농촌 비중이 높은 광역 지자체도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전남 고흥군(38.5%), 경북 의성군(38.2%), 경북 군위군(37.5%) 등 일부 기초지자체는 노인 인구 비중이 이미 40%에 육박했다.

그러나 대비는 턱없이 부족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2013년 기준 49.6%로 절반가량이 가난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원국 평균 12.6%보다 4 가량 높은 수준으로 노르웨이(1.5%)나 네덜란드(3.6%), 영국(7.6%), 핀란드(11.7%) 등 복지가 잘 갖춰진 선진국과 격차가 현저하다. 이는 가족이나 이웃과 교류하지 않고 나홀로 지내다 죽음을 맞는 노인들의 고독사 문제와도 연관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무연고 사망자는 1232명으로 이 중 65세 이상 노인은 427명(34.6%)이었다. 단순히 경제적인 어려움뿐만 아니라 인간관계 단절, 우울증 등 정신질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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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지자체, 사각지대 대응 안간힘

갈수록 심각해지는 노인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복지체계를 재정비하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노인 복지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시기인 만큼 곳곳에서 진통을 겪고 있지만 독거노인과 같은 복지사각지대를 중심으로 긍정적 변화들이 보이고 있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김현미(78·여·가명)씨는 집 안팎에 고물이나 폐지 등을 가득 쌓아놓는 저장강박증 증세를 보였다. 남들이 보기에는 쓰레기에 불과하지만 그는 마치 자기 재산이라도 되듯 끌어모았다. 악취와 미관상 문제 등으로 인근 주민의 민원이 끊이지 았았지만 사유지인 만큼 용산구청에서도 마땅히 손쓸 도리가 없었다.

더 큰 문제는 김씨의 아들 박형우(57·지체장애 2급·가명)씨였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갑작스럽게 척추가 굳어지는 병을 얻게 된 박씨는 외출도 하지 못한 채 쓰레기 더미에 틀어박혀 지낸 지 오래다. 인근 장애인복지관에서 반찬을 배달해주는 등 지원에 나섰지만 쓰레기가 계속 들어차다 보니 아예 접근조차 불가능해졌다. 바퀴벌레가 들끓고 가스레인지 등 각종 집기는 녹슬었다. 박씨의 건강도 악화할 수밖에 없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김씨 모자는 요지부동이었다. 김씨는 외부인이 절대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고, 이 집 명의자인 아들 박씨 역시 상황 개선에 대한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용산구 측은 전문 기관과의 협의 등을 거쳐 우선 김씨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지난해 초부터 동주민센터 직원과 구청 소속 사례관리사가 계속 방문해 신뢰를 쌓으면서 아들의 위기 상황에 대해 이해시키고 설득하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해 9월과 올해 4월 두 차례에 걸쳐 자원봉사자들이 대거 투입돼 쓰레기를 제거하고 벽지와 장판도 새로 했다. 외부에서 쓰레기를 가져오는 김씨의 수집벽은 여전하지만 사례관리사가 1∼2주일에 한 번씩 방문해 대화하며 설득하고 있다.

용산구 관계자는“(지원 대상자를) 경제적 기준만으로 판단하던 과거에 비해 (직접 찾아가서 해야 하는) 업무량은 크게 늘었지만 주민 만족도가 높아진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용산구의 이 같은 성과는 출범 2년을 앞둔 서울시의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사업의 일환이다. 창구에 앉아 요청하기만을 기다렸던 ‘자판기식 복지’를 탈피하자는 것이 주된 취지로 사회복지사와 간호사 등이 팀을 이뤄 지역 곳곳을 살피는 것이 핵심이다. 그동안 부처 칸막이 등으로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던 복지서비스가 진화한 셈이다.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남에 따라 복지부는 이에 착안한 ‘읍·면·동 복지허브화’ 사업을 내년까지 전국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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