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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금속노조 ‘5000억 일자리기금’ 제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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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미지급 수당 등 출연 노사가 2500억원씩 부담해 조성”/ 재계 “남의 돈으로 생색 내기” 일축

“일자리연대기금을 만들어 하청기업의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자.”

금속노조가 문재인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부합하는 방안으로 현대기아차에 5000억원 규모의 일자리연대기금 조성을 제안했다.

그러나 노조가 바로 투입하는 돈은 없고 사측에만 부담을 요구하면서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재계는 “현금 한 푼 없이 생색만 내려고 한다”며 제안을 일축했다.

현대기아차 노조의 상급단체인 금속노조는 20일 기자회견을 갖고 회사가 미지급한 연월차수당과 시간외수당 일부를 출연하겠다며 일자리연대기금을 현대기아차 사측에 제안했다. 노조가 2500억원을 부담하면 사측에서 같은 금액을 보태 고용·일자리 나눔에 동참하자는 것이다.

또 매년 200억원씩 추가로 기금을 적립해 사업을 이어가자고 했다.

금속노조는 5000억원의 기금이 마련되면 연봉 4000만원 수준의 정규직 1만2000명을 고용할 수 있고 적립되는 돈으로 새 정부 추진정책과 연계해 매년 정규직 1500명을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9만3627명의 현대기아차 소속 조합원이 받지 못한 연월차·시간외수당 등 임금채권 액수가 2100만∼6600만원이라며 가장 낮은 2100만원을 기준으로 계산해도 임금채권 총액은 2조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김상구 금속노조위원장은 “현대기아차 그룹이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기만 하면 기금이 조성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를 중심으로 “노조가 실체도 없는 재원을 들이대며 국민을 호도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금속노조가 밝힌 기금 재원은 현대기아차 17개 계열사와 노조 간에 진행 중인 소송 관련 금액으로 노조 측의 승소가 확정돼야 받을 수 있는 ‘미확정 금액’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통상임금 소송은 현대차의 경우 2심까지 회사 측이 승소했고 기아차는 1심이 진행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금속노조가 밝힌 ‘통 큰 양보’의 실체는 남의 돈”이라며 “받을 수도 없는 돈과 기업의 돈을 갖고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진행 중인 소송에서 모두 이긴다고 가정해도 기금을 출연하려면 조합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기아차 노조는 내부 반대로 기금 조성을 임금요구안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금속노조가 사측과의 통상임금 소송을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고 노사협상에서 현대차그룹의 공동교섭 참여를 유도하려는 전략에 따라 이런 제안을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현미·조현일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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