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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난류한류] 동료 고시생 책 54권 훔친 ‘고시 장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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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지난 3월10일 오전 11시40분쯤 A(33)씨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의 한 독서실에 들어가 행정고시 관련 서적 6권을 가방에 쓸어 담고 유유히 빠져 나왔다.

주인의 손때가 묻어 낡았지만 시가로 18만원에 달하는 비싼 책들이었다. A씨는 고시생들이 두껍고 무거운 책은 독서실 책상에 두고 다닌다는 점에 착안, 출입자가 많은 주간에 문단속이 허술한 독서실을 노렸다. 이런 식으로 그는 지난 1∼5월 신림동 독서실 8곳에 17차례 침입해 고시서적만 54권을 훔쳤다. 대부분 행정고시 관련 책들로 시중에서 6만원에 판매되는 것도 있었다.

신고를 받고 독서실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지난달 23일 A씨를 붙잡은 경찰은 그의 이력에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다.

A씨는 2007년 신림동에 터를 잡고 8년간 행정고시에 매달린 ‘고시 낭인’이었다. 실패를 거듭하면서 집에서 보내주는 용돈도 끊기자 찜질방과 PC방 등을 전전하다 나쁜 마음을 먹었다. 고시서적을 훔쳐 권당 1만∼2만원을 받고 중고서점에 팔거나 술에 취해 길가에 잠든 사람의 지갑과 휴대전화를 훔쳐 생활비를 마련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A씨를 18차례에 걸쳐 422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로 20일 구속하고 그에게서 책과 휴대전화를 사들인 중고 서점·휴대전화 판매 업자 5명은 장물취득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자포자기한 것 같더라”며 “자신과 같은 처지인 고시생들의 책을 훔친 데 대해 자책하고 반성도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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