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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단독] 외고 31곳 `폐지 반대` 위해 뭉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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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31개 외국어고등학교 교장들이 문재인정부의 외고 폐지 방침에 반발해 이번주 중 긴급 회동을 갖고 대책 마련에 나선다. 최근 민족사관고·상산고 등 원조급 5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교장들이 외고·자사고 폐지 반박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외고도 반대 입장을 밝힐 전망이다.

전국 46개 자사고 교장 모임인 전국자사고교장협의회와 서울자율형사립고연합회 등도 이번주를 기점으로 반대 입장을 공식화할 것으로 보여 외고·자사고 폐지 반대가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 31개 외고 교장 모임인 전국외고교장협의회는 이번주 중 모여 외고 폐지에 대한 각 학교의 입장을 공유하고 학생·학부모 의견을 취합해 단체 성명 발표를 결정할 방침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외고가 사교육 주범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져 있다"며 "교육부에서 사교육 영향평가를 실시한 결과 일반고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교육청도 이 자료를 가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고 입시에는 사교육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협의회의 설명이다. A외고 관계자는 "2019학년도 입시부터는 영어 내신 평가를 절대평가 방식으로 바꿔 학업에 충실했는지만 따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진행되는 면접에서는 학생이 제출한 자기소개서에 기반해 학업계획이 잘 짜여 있는지 확인할 뿐"이라고 했다.

외고 관계자들은 외고가 고교 서열화를 조장하고 있다는 주장도 반박했다. B외고 입학담당 관계자는 "외고 학생들은 의대·공대에 가지 못하고, 스스로 열심히 해서 원하는 문과 대학에 입학하는 것인데 이를 문제 삼으면 특목고 학생들은 대학도 가지 말라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학교 교육 정상화를 원한다면 외고를 없앨 게 아니라 일반고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외고 폐지는 부작용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강남 8학군 선호 현상으로 이어지고 위장전입 등 풍선효과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외고는 전국 전역에 퍼져 있어 학생들에게 학교 선택권을 보장하고, 지역 인재 육성에 이바지하고 있다"며 "외고를 비롯한 특목고는 지역 인재들의 수도권 집중을 막아 지역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만 봐도 강북지역 외고는 강남·강북 간 고교 격차를 해소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외고 관계자들은 교육 문제를 정치 논리로 풀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 외고 관계자는 "창의성 교육을 외치면서 교육의 획일화를 시도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한다"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중국 공산주의보다 못한 교육과정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외고교장협의회뿐 아니라 전국 46개 자사고 교장들 모임인 전국자사고교장협의회도 조만간 대책회의를 열고 자사고 폐지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자율형사립고연합회도 21일 대책회의를 열고 자사고 폐지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힐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새 정부 교육공약 이행을 위한 정책 제안집을 공개하며 외고·자사고·국제고 폐지 방침을 재시사했다.

조 교육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의 자사고들은 '사이비 다양성, 사이비 자율성'이라는 이름하에 분리교육으로 가고 있다"며 "이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들 외에 원조 자립형 사립고와 외고 폐지에 대해서까지는 고민해보지 않았으나 (폐지를 공약한) 정부 방침이 나오면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정책 제안집을 통해 "서열화된 고교 체제를 일반고와 특성화고 중심으로 개편하는 '제2의 고교평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현재 교육부 장관의 동의가 필요한 자사고 지정 권한을 시도 교육감이 전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교육감의 단독 결정으로 자사고를 폐지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뜻이다.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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