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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전국 판사들 '사법개혁안' 압도적 지지…내부망에선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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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대표들 "소속 법원 의견 수렴해 대표했을 뿐"

입맛에 안맞는 결론에 법관회의 흔들기 시도

뉴스1

19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 법관대표회의에서 전국에서 모인 판사들이 굳은 얼굴로 자리하고 있다. 전국 법관대표회의 개최는 지난 2009년 신영철 당시 대법관의 '촛불 재판' 개입 사건 이후 8년 만으로, 사법개혁의 첫 발을 내딛을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17.6.1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법원행정처가 작성·관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법관 블랙리스트'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19일 전국의 법원을 대표해 경기 일산 사법연수원에 모인 100명의 판사들은 Δ행정처 권한 남용 관련자 책임 규명 및 문책 Δ법관 블랙리스트 추가조사 Δ전국 법관회의 상설화에 의견을 모으고 이를 공식적으로 결의했다.

결의 내용도 그렇지만 이날 법관회의에서의 결의안은 압도적 지지를 얻어 통과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관대표 회의에 참석했던 A 판사는 "결의된 사안은 대부분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며 "100명 가운데 90명 정도가 평결에 참여하기 위해 자리에 있었고 평결에 참여한 판사님들의 70~80명 수준으로 의결됐다"고 전했다. 그는 "국제인권법연구회 탄압과 관련해 촉발된 문제들이었지만 연구회 소속이 아닌 판사님들이 외려 더 직설적이고 단호한 말씀을 많이 했다"고 이날 회의 분위기를 알렸다.

한 지방법원 소속으로 법관회의에 참석했던 B 판사는 20일 뉴스1과 통화에서 "법원 내부 전산망에서 익명 게시글을 통해 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이 회의를 좌지우지 한 것처럼 비판하고 있다"며 "그렇지만 오히려 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은 말을 아끼고 지역 법원 소속 판사님들이 요구나 결의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그는 "지역에서 올라오신 다른 대표 판사님들 말씀을 들어봐도 어제(19일) 법관대표회의에서 결의한 내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다수였다"며 "나는 인권법 연구회 소속도 아니고 나를 대표로 선출한 다른 판사님들의 의견을 수렴해 대표로서 평결에 참여했을 뿐는데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 법원 내부 전산망엔 '법관회의' 흔들기 시도

법원 내부에서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직접 참석했던 판사들이 전한 현장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법원 내부 전산망에서는 법관회의 다음날인 20일 오전부터 전날 열린 전국법관회의 자체의 정당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물론 결의사안이 지나치다는 취지의 비판글이 잇따라 게시되고 있다.

20일 오전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결과를 위해'라는 제목의 익명 게시글은 "현재 여러 언론기사나 현 게시판 글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전국법관대표회의 정당성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해당 글은 전국법관대표회의 구성원 중 특정 연구회 회원 비율이 높다는 문제를 제기하며 법관회의 자체가 왜곡 편향돼 있다고 했다. 법관 대표 가운데 학술대회 축소·은폐 등 법관 탄압과 법관 블랙리스트의 피해자격인 국제인권법 연구회 소속 판사들이 다수 소속돼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대표회의의 지나침을 경계합니다'라는 익명 게시글에서는 "대표회의 스스로가 상설기구처럼 행동하여 일부의 제안과 주장을 기정사실화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전국법관대표회의 자체를 부정하기도 했다.

해당 글은 또 "행정처 역시 그 역할을 수행함에 있어서 잘못도 있을 수 있다"면서도 "긍정적 역할에는 눈을 감고 일부 부족함만을 강조하여 손가락질 하는 것은 공정하지도 않고 매우 위험하기까지 하다"며 법원행정처를 노골적으로 옹호했다.

법조계 인사들은 전국법관대표회의 하루만에 법원 내부 전산망을 통해 회의 결과를 비판하는 이같은 행태에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조직적 대응으로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한편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이종수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외부에 수사를 맡기는 것도 아니고 양식 있는 법관들이 직접 조사를 하게 되면 외부에서도 그 결과를 충분히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사안에 대해 과잉 대응을 하면 의혹만 더 커질 뿐인데 이미 법관회의를 통해 결정된 사안들에 대해 사후 공격을 하는 식의 대응은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내부망에 익명으로 게시되고 있다는 내용들은 물 흐리기 전략에 불과한 정치적 술책"이라고 비판했다.

한 교수는 "결과가 불만족스럽다고 이미 결정된 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서 결정의 결과를 흔드는 것은 법관이 취할 태도는 아니다"라며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동료 법관들의 모든 능력과 의지 양식까지도 부정하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법관대표로 특정 그룹(인권법연구회 소속)이 다수 선출되고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 위원회에도 특정 그룹이 다수 포함됐다는 것은 일반 법관들이 보기에 이 사건을 추가조사하기에 가장 적임인 사람들이 그들이라고 봤던 것이기 때문에 그 결정을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개혁 요구에 국민 시선이 집중돼 있어 상대적으로 법원으로 시선이 덜 가는 것일뿐 사법개혁에 관한 국민적 요구도 검찰개혁 못지않게 강하다"며 "그나마 법원 내부에서 자발적인 사법개혁 움직임이 일어 자정능력이 남아있다는 안도감을 주는 상황에 물타기를 하며 딴지를 거는 것은 법원 전체를 위해서도 이로울 게 없다"고 지적했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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